찬바람이 불고 따뜻한 것이 그리워지는 계절이 오면 사람들은 추억에 잠기곤 한다.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흔드는 것은 역시 옛날 영화가 아닐까.TCM&클래식무비의 ‘가을비 우산 속에’(일 오전 8시20분). 신(新)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이끌었던 정윤희와 한국의 제임스딘 신성일(영화 찍을 당시의 나이가 마흔 둘이었으니 늙은 제임스딘?)이 주연한 이 영화는 허스키 보이스 최헌의 히트곡을 영화화 한 것이다.
지금부터 꼭 25년 전, ‘그리움이 눈처럼 쌓인 거리를…’이 온 거리를 적시던 시절이었다. 좌절에 빠진 화가 동원과 산장주인 딸 선희의 운명적인 사랑은 너무나 애절하여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다. 영화를 보면서 잠깐, 요즘 MBC 주말극 ‘회전목마’에서 진교역으로 출연중인 수애가 어찌나 정윤희를 쏙 빼닮았는지, 두 사람을 비교해 보는 것도 옛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인 듯하다.
그리운 영화 또 하나. 사랑방 손님과 상처한 엄마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그린 김진규 최은희 주연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토 오전 10시30분). 영화는 세월 속에 묻혔지만, 요즘도 오락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옥희, 그 역을 맡았던 전영선씨는 이제 사십이 훨씬 넘었을 것이다. 오래 전 외국으로 이민 갔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 진다.
이왕 한 때 스타들의 어제와 오늘이 궁금해지니, 몇 채널을 돌려보자. 90년대 초반 대한민국 젊은이들에게 배낭여행 바람을 불어넣었던 ‘배낭메고 세계 여행’의 여행동무 권정주씨는 현재 현대홈쇼핑에서 쇼핑 호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이제는 삼십대의 원숙한 여인이 되었지만, ‘배낭메고 세계여행’을 함께 하였던 사람들의 눈에는 아직도 그녀는 이십대의 풋풋한 대학생 모습 그대로 인듯하다. 현대홈쇼핑 ‘권정주ㆍ김양희의 보석상자’(금 낮 12시10분)에서 그녀를 만날 수 있다.
1984년 미스코리아 임지연씨도 조용히 거울 앞에 돌아온 누나의 모습으로 ‘SBS 골프 아카데미’(금 오후 6시, 토ㆍ일 오전 8시30분)를 진행하고 있다. 평탄치 못한 결혼 생활로 스포츠신문 1면을 장식하기도 했던 그녀이지만, 이제는 골프에 빠진 마니아로 차분하게 골프를 전도하고 있다.
한편 추억에 젖어 드는 가을의 정취를 살리는 데 재즈 프로그램을 빼놓을 수 없다. CTN ‘Gaslight Club’(토 새벽 1시5분, 일 밤 12시)은 1996년 제작된 것으로 국내 최고의 색소폰 연주자 중 한 사람인 이정식씨가 진행한다. 당시만 해도 화제의 프로그램으로 각광 받았지만, 이제는 빛 바랜 사진을 보는 듯 무대 장치와 출연진들의 옛 모습이 세월의 흐름을 말해주고 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그들의 음악. 김준 장우 윤희정 권진원 등 재즈 가수의 옛 모습이 새롭다.
시월의 마지막날인 오늘도 방송에서는 어김없이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 흘러나올 것이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잊혀질 수 없는 것, 그것이 바로 추억인가 보다.
/공희정 스카이라이프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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