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요청이 너무 많아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지경입니다."24일 방한, 충북 진천에서 열리고 있는 '2003 세계태권도화랑문화축제'에 참가중인 '미국 태권도계의 살아있는 대부' 이준구(71) 사범은 "이제는 태권도 보다는 강연활동에 더 바쁘다"고 근황을 털어 놓았다.
2001년 초 미국 이민국에 의해 미국 역사상 가장 성공한 이민자 200인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선정된 그는 자신의 설명대로 이번 방한 기간 중 주한 미2사단 장병들을 대상으로 강연도 할 예정이다. 그는 몇 년 전부터 '건강과 행복의 원리'라는 주제로 학부모, 기업체 간부 등을 대상으로 강연활동을 시작했는데 평가가 좋아 요즘엔 미국에서 도장 운영보다는 강연자로 더 명성을 날리고 있다고 한다.
특히 미국에서 '동양의 달'인 5월에 국무부, 교통부, 법무부, NASA(미항공우주국) 등 8개 기관의 초청을 받아 장·차관 등 미국 고위 관료를 상대로 강연, 주가를 높였다.
그 때문인지 그는 "현재 1회 강의료로 5,000달러를 받고 있는데 강연 요청이 많으니 내년부터는 1만 달러로 올려야 겠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그러나 곧바로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선 그는 강연활동을 시작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사람들에게 '왜 살아요' 라고 물으면 쉽게 대답을 못합니다. 눈의 존재 목적이 보는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알지만 전체적인 인생의 목적은 모릅니다. 제 살아온 과정을 통해 알게 된 삶의 의미를 사람들에게 전달해 주고 싶었습니다."
40년간 미국에서 300여명의 국회의원들에게 무료로 태권도를 가르쳐 오면서 그들로부터 스승으로 존경 받고 있는 이씨는 레이건과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 대통령 체육·교육 특별 고문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대통령 아·태 정책자문으로 임명돼 언어, 복지 등 소수 동양계가 차별 받는 부분을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2년 전 '태권도는 한국이 미국에 준 가장 큰 선물'이라고 말한 것과 워싱턴시가 자신을 위해 올 6월28일을 '준 리'의 날로 선포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태권도를 배운 사람들이 모두 한국에 대해 호감을 갖게 되고 그들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 한국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국위 선양이라는 게 뭐 따로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내년 3월 출간을 목표로 현재 자서전을 쓰고 있는 이씨는 "앞으로 한국과 미국의 국가 연주 시 태권도를 응용한 '애국무'를 개발, 보급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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