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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면서]이민은 충동구매할 "상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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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면서]이민은 충동구매할 "상품"이 아니다

입력
2003.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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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의 한 홈쇼핑에서 캐나다 이민상품이 대박을 터뜨렸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곳에서도 여러 의견들이 오고 갔다. 계속되는 파업과 각종 사건들로 이민을 원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렇게 이민 오는 사람들에 대한 우려 또한 감출 수 없다.이민의 길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민 오기 전 한국에서 만난 한 공무원이 한국같이 좁은 나라에선 밖에서 산다는 자체만으로도 애국이라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나 역시 중국인들이 세계 각국에 튼튼한 경제력을 갖고 자리를 굳히는 것을 보면서 한국인들도 세계로 나가야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 이민 생활을 통해서 어려움과 외로움을 겪고 난 뒤부터 친동생에게조차도 선뜻 이민을 권하기 어렵게 됐다. 무작정 봇짐을 싸는 식의 이민은 결국 역이민을 낳고, 준비되지 않은 이민은 언어문제부터 시작해서 각종 어려움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보통 중산층들이 많이 선택하는 독립 이민의 경우를 보면 30∼40대의 고급 인력들이 대부분이고 한국에서는 꽤 알려진 기업에 다녔던 분들이다.

실제로 지난해 이민자 22만9,058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전문직 기술 이민자들이고 그 중 7만7,000명 이상이 학사, 1만7,000명이 석사, 3,000명이 박사 학위 소지자들이라고 한다. 하지만 원하는 직장에 다니는 사람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최근 연방통계청 조사에서도 신규 이민자는 높은 학력과 경력에도 불구하고 전문 분야 취업이 힘들어 대부분 다른 직종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취업에 어려움을 겪은 전문직 출신 이민자 부부가 연방정부를 상대로 "이민성 관리들이 심사 과정에서 취업 전망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사건도 있다.

이곳이 각종 좋은 제도, 아름다운 자연환경, 그리고 많은 장점을 누릴 수 있는 건 사실이지만, 아웃사이더로서의 외로움과 극복해야 할 문제도 많다. 이민상품 대박이 이루어졌다는 소식에 다시 한번 나의 이민생활을 생각해 보았다. 이민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민은 인생의 중요한 부분을 결정하는 것인데 그것을 상품으로 팔고 사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이민이 순간적으로 결정할 상품이 아닌데 물건 사듯 사신 분들에 대한 걱정이 따를 뿐이다. 새로운 언어, 제도, 사고방식, 차별 등등 모든 것이 너무나 생소한 이곳에 정착하고자 생각했다면, 이민은 꿈이 아니라 실제임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캐나다는 각 주마다 법과 사회보장 등 각종 제도가 다르므로 사전에 알맞은 많은 정보를 가지고 철저하게 준비해 조금은 덜 힘들게 새로운 길을 디딜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이 경 희 캐나다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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