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예 욕먹을 각오를 하고있어요.”11월 말에 청담동에 새로 문을 연다는 스파 홍보담당자에게 들은 말입니다. 왜 욕먹을 각오를 하냐구요? 초호화판이기 때문이죠. 이 스파는 상류층을 겨냥한 완전 회원제이고 하루에 딱 10명만 예약을 받습니다.
고객은 1억원짜리 수입 욕조에 담긴 해양암반 심층수에 몸을 담그고 강력한 제트분사 방식의 물 마사지를 통해 스트레스와 비만치료를 받습니다. 또 사운드테라피로 스트레스를 없애고 가만히 누워있으면 기계가 자동적으로 움직이며 몸매를 다듬습니다. 특히 일인실에서 마사지 서비스를 제공, 스파를 받는 사람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칠 일이 전혀 없답니다.
이렇게 풀 서비스를 받는데 얼마냐고요? 3개월 코스에 4,000만원입니다. 웬만한 국산 대형차 한대값이지요. 홍보담당자는 태연한 표정으로 이렇게 덧붙이더군요. “비싸긴 하지만 이런 특별한 서비스를 원하는 계층은 반드시 존재하거든요. 대한민국 1%에 든다는 자존심 문제랄까… 한국에서는 비쌀수록 잘되잖아요.”
‘한국시장에서는 비싸야 팔린다’는 말은 이제 마케팅의 금과옥조처럼 된 것 같습니다. 골프웨어 가격이 턱없이 비싼 이유도, 외국에서는 평범한 중급 내셔널브랜드가 국내에 들어오면 고가정책을 펴면서 세계적인 명품브랜드로 둔갑하는 이유도, 대중탕에서는 3만원이면 해결되는 전신마사지가 청담동 스파로 가면 0이 하나 더 붙는 이유도 알고보면 비싸야 팔린다는 논리에 힘입은 바 크죠.
특히 스파는 요즘 웰빙(well-beingㆍ몸과 마음의 건강을 추구하는 것) 트렌드와 맞물리면서 청담동 일대에 호화시설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며 성업중입니다. 손님을 맞는 세련된 의전양식과 고급 인테리어를 통해 특권의식을 한껏 부추기는 것이 성공요인이지요.
서비스가 비쌀수록 고객의 만족감은 커진다는 얘기는 특권계층에 속하고픈 우리 마음속의 물신주의를 모태로 하고 있습니다. 스파업계가 욕을 먹어가면서도 호화판 경쟁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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