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딘이 ‘에덴의 동쪽’에서 구부정한 어깨에 걸치고 나왔을 때, 할리 데이비슨을 몰던 ‘이지 라이더’들이 바람을 가르고있을 때, 그것은 반항의 다른 이름이었다. 그것은 또 섹시함의 대명사이기도 했다. 캣우먼이 배트맨의 얼굴에 채찍을 휘두를 때 그녀가 입고있던 검은색 보디수트는 팜므파탈의 이미지를 배가시켰다.통제되지 않는 야성미 혹은 섹시함. 그래서 가죽은 ‘소재의 카멜레온’이라고 불리며 찬바람 부는 계절의 아이콘 상품으로 군림했다. 그렇지만 올 겨울 가죽 마니아들은 가죽 중에서도 특별한 종류, 악어가죽에 주목해야할 것 같다.
엄청나게 높은 가격과 구태의연한 디자인으로 트렌드 리더들의 외면을 받던 악어가죽이 최근 대대적인 유행몰이에 나섰다. 프라다 셀린느 구치 칼빈 클라인 등 세계적인 명품브랜드들이 앞다퉈 악어가죽 상품들을 내놨고, 타임 레노마 등 국내 내셔널브랜드도 발빠르게 트렌드를 반영한 상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베스띠벨리 디자인실 박성희 실장은 “악어가죽의 부활은 가을ㆍ겨울 시즌에 60년대 스타일의 복고열기가 점쳐지면서 이미 예상된 것”이라며 “지난 1~2년간 모피가 젊은 멋쟁이들의 럭셔리 코드를 만족시키는 새 아이템으로 등극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악어가죽이 젊은층의 고급 취향을 만족시키는 새로운 코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의 중장년층들이 60년대 청춘을 구가하면서 애용했던 악어가죽은 가죽의 매끈한 질감에 크고 작은 사각형 무늬들이 촘촘히 배열된 특유의 무늬가 어우러져 사치스럽고 화려한 느낌을 더한다. 그만큼 ‘나이 들어보인다’는 이유로 미래의 시어머니나 장모를 위한 혼수품으로 이용될 뿐 젊은층은 외면하던 품목. 그러나 올해 악어가죽은 은빛도는 초록, 실버, 하늘색, 자주색과 퍼플에 이르기까지 화려한 색상과 세련되고 앙증맞은 디자인으로 구두에서 핸드백, 장갑, 코트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셀린느가 실버 컬러의 악어가죽 코트를 내놨고 마이클 코어스는 악어가죽으로 된 초미니 스커트를 풍성한 니트 티셔츠 아래 받쳐 입혔으며 프라다는 악어가죽 코트와 토트백 등을 내놓고있다. 특히 프라다에서 내놓은 악어가죽 장갑은 현재 없어서 못팔 정도로 인기. 반면 타임은 악어가죽을 패치워크한 하이힐 구두류와 커다란 숄더백을, 레노마는 스웨이드 구두에 악어가죽을 덧대 장식한 제품을 내놨다.
악어는 멸종위기 동물로 지정돼 세계적으로 수렵이 금지돼있다. 최근 쏟아져나오고 악어가죽은 특별히 가죽 사용을 목적으로 사육된 악어에서 나온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국내 내셔널브랜드의 제품은 의류보다는 가방이나 신발 등 액세서리에 활용하고 있다. 의류의 경우 니트 카디건의 앞여밈 부분이나 등판에 부분적으로 덧대는 형식으로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다 저렴한 상품으로는 일반 소가죽에 악어 가죽 모양이 나도록 가공한 것들이 많이 나왔다. 자세히 만져보면 윤기있는 천연 악어가죽의 매끈함에는 사뭇 못미치지만 적어도 눈으로 보는데는 별 차이가 없다. 덕분에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고 화려한 색상으로 염색한 제품을 만들 수 있어 디자인 가치를 우선으로 두는 젊은 멋쟁이들에?인기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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