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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신행정수도 조속 입법을

입력
2003.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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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자금을 둘러싼 정치권의 싸움이 가열되고 있다. 지저분한 사타구니를 드러내고 서로 삿대질을 하는 모습은 볼썽 사납다 못해 측은한 느낌이 들 정도다.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투표 제의를 둘러싼 갈등이 해소되기도 전에 새로운 다툼이 생김에 따라 시국의 전개양상은 앞을 가늠하기가 어렵게 됐다.정치권의 다툼은 국회 운영에도 많은 차질과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언제나 정기국회가 처리해야 할 법안은 많지만 금년에는 특히 민감하고 찬반과 논란이 심했던 법안·의안들이 쌓여 있다. 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호주제를 폐지하는 민법개정안, 보험료는 더 내고 연금은 덜 받도록 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예로 들 수 있다. 지방분권특별법,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등 세 가지 특별법도 있다. 정부가 제출한 이들 법안이 원안대로든 수정을 거치든 정기국회를 통과해 발효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방분권 3법의 경우 참여정부의 핵심정책인 지방분권, 지방분산, 지방분업이라는 이른바 3분정책을 통해 자립형 지방화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처리결과가 주목된다.

그 중에서도 신행정수도건설 특별법의 경우 소속 당과 관계없이 출신지역별로 의원들의 입장이 다르고, 법안 처리를 내년 총선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안에 대해서도 수도권 의원들은 경기도 역차별론을 내세워 법안의 재검토를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이 같은 입장차이는 한 묶음으로 간주되는 세 가지 법안의 처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신행정수도 특별법안은 국가 중추기능의 수도권 집중에 따른 부작용을 시정하고 국가의 균형발전과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목적을 밝히고, 충청권을 예정지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정부가 별도로 마련한 추진일정에는 12월 중 수도권 공공기관의 이전계획을 발표하고, 내년말까지 후보지를 확정해 2012년부터 이전을 개시한다고 돼 있다. 건설기간을 명기하지 않은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 바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부법안 확정 후에도 국민적 합의나 동의문제, 사실상 수도이전이나 천도(遷都)가 아니냐는 식으로 신행정수도의 성격문제가 계속 거론되는 점이다. 법안 자체가 기본법이 아니라 절차법이라는 입법체계의 문제점도 있다. 건설주체가 대통령 직속으로 돼 있어 정권이 바뀌면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또 신행정수도 건설로 수도권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어디로 결정되더라도 적극 수용·협력키로 충청권의 3개 시·도가 약속한 것과 달리 지역 확정이 충청권 내부의 분열요인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문제는 특정 지역을 위한 배려라거나 '충청 무대접'을 해소할 수 있는 대통령 공약사항이므로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생각할 게 아니라 새로운 국가경영과제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국회는 여러 쟁점에 대한 충분한 토론을 거쳐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함으로써 신행정수도 건설이 원활하게 추진되도록 해야 한다. 입법이 늦어질수록 혼란과 부작용은 커진다. 총선 이후로 처리를 미뤄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거나 통과된 후에도 논란이 계속된다면 국민투표나 그에 준하는 여론조사를 통해 다시 추진할 수밖에 없게 될지 모른다. 한 방송사가 정부법안이 발표된 뒤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74%가 행정수도 이전은 국민투표로 결정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다른 여론조사를 보면 신행정수도 건설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60%를 넘는데도 그렇다. 그만큼 이 문제는 국민의 동의가 필요하며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해서 동의절차가 완결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는 뜻이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를 통한 동의절차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임 철 순 수석논설위원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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