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합방은 조선인의 선택이었다"는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 지사의 발언은 아무리 흘려 넘기려 해도 그렇게 되지 않는 말이다. 역사적인 사실을 외면하고 국수주의적인 자기논리로만 하는 말이 일본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그의 정치적인 인기가 상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 말만은 사실관계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형식상 한일합방은 대한제국과 일본 사이의 조약이지만, 그것이 일본의 무력위협 때문에 마지못해 맺은 늑약(勒約)이라는 것이 역사의 진실이다. 정부가 합병조약에 도장을 찍었으니 국민이 원한 것이 아니냐고 한다면, 그 많은 애국 열사들의 순국과 의병들의 봉기,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독립운동과 광복군 투쟁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일본군대가 무고한 민간인 수십만명을 학살한 난징(南京)사건을 허위날조라고 주장하는 사람이니 그를 상대로 역사적인 사실을 따지는 것이 헛수고일 수는 있겠다.
그러나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해, 침략자의 잘못이 없다는 논리의 근거로서 "러시아 중국 일본 가운데 어느 나라를 택할까 하다가 얼굴색이 같은 일본을 택했으며, 세계 여러 나라의 합의가 있었다"는 대목에 이르면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요즈음 매일같이 쏟아내는 말을 들어보면 이웃 나라, 특히 한반도에 대해 끓는듯한 증오가 묻어난다. 엊그제는 납치된 일본인 문제와 관련해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우라고 정계를 윽박질렀고, 다음 날은 조례를 고쳐서라도 북한 선박이 도쿄항에 입항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공석에서 특정국가에 대해 증오에 가득 찬 말들을 쏟아내는 버릇은 공인으로서의 매너가 아니다. 그럴수록 그의 인기가 치솟는 일본 사회의 분위기가 더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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