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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낙엽따라 마음 쓸리는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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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낙엽따라 마음 쓸리는대로

입력
2003.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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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은 다른 세상으로 통하는 통로 같다. 세파로 찌든 마음의 때를 씻어주는 청량한 공기와 투명한 햇살, 그리고 새들의 소리. 가을이면 숲길은 더욱 은은해진다. 세상을 잊게 하는 낙엽의 정취에 더해 바스락거리는 낙엽 밟는 소리가 깔리기 때문이다.가을날 낙엽의 숲길은 그래서 그 자체로 명상과 수양의 길, 울타리 없는 사찰이다. 그 빼어난 숲길 중 하나가 금산(錦山) 보석사(寶石寺) 진입로다. 은행나무와 전나무가 만들어내는 절묘한 조화의 숲길이다.

금산은 인삼산지로 유명한 곳. 대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지만, 이런 두메산골이 있나 싶을 정도로 산세가 굽이친다. 마이산, 백암산, 선야봉, 월봉산, 인대산 등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는데 그 휘감는 모양새가 마치 비단결 같다.

그 비단결 같은 산 중의 진산이 진악산(해발 737m)이다. 울창한 숲과 기암괴석, 맑은 계곡이 어우러진 곳. 그 산의 초입이 바로 절경의 보석사 진입로다.

보석사는 숲길 뒤쪽에 자리잡은 작은 사찰. 대한불교 조계종 제6교구 마곡사의 말사로 대웅전, 산신각, 의성각 등 건물은 단출한 편이다. 하지만 역사적 무게는 만만찮다. 신라 헌강왕때(885년) 조구대사가 창건해 한창때는 500여명의 승려가 수련했으며 33개의 말사를 통괄했던 곳. 그러나 임진왜란때 불타 버린 뒤 고종때 중창됐다. 보석사는 사찰 자체로는 크게 볼거리가 없다. 그러나 숲길이 울타리 없는 사찰이라면 보석사는 그 진입로 덕택으로 명찰에 견주어 손색이 없다.

숲길 들머리에는 고풍스런 운치가 깃든 일주문이 있다. 여기를 지나면 200m 남짓 전나무와 은행나무가 이중으로 길게 도열했다. 싱싱한 푸른 내음의 전나무 한편으로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어 있다. 가을 햇살이 아스라하게 숲길로 스며들면 초록과 노랑 빛깔이 화사하게 빛난다.

절경 끝 느낌표라고 할까. 숲길을 따라 가다 보석사 바로 앞에 이르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입을 쩍 벌리게 만드는 것은 바로 천년 고목의 거대한 은행나무다. 천연기념물 제 365호로 지정된 보석사 은행나무는 높이 40m, 둘레 10.4m로 수명이 천년 이상된 것으로 추정된다. 조구대사가 제자 5명과 함께 6그루의 은행나무를 심었는데, 그 나무들이 모두 한몸이 됐다고도 전해진다.

거대한 천년고목이 노랗게 물든 모습은 아름다움 이상이다. 휘감아도는 거대한 가지들에선 귀기마저 느껴질 정도다. 나무에도 영령이 있다는 생각에 두려움 마저 엄습한다. 나라에 큰 경사나 재앙이 들면 이 나무가 운다고 전해진다.

여행정보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대전에서 대진고속도로로 바꿔탄 뒤 금산IC에서 빠져나온다. 금산읍으로 들어온 후 진안방향 13번 국도를 타고 가면 보석사 표지판이 나온다.

금산읍에는 거북장(041-752-1107) 등 모텔과 여관이 즐비하다. 금산이 인삼으로 유명한 만큼 인삼한식불고기(754-1414) 등에서 인삼한정식을 맛볼 수 있다.

/금산=글·사진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그밖의 전국 낙엽명소

경북 영주시 부석사길 남이섬 숲길과 함께 손꼽히는 은행나무 낙엽길이다. 일주문에서 국보 제18호인 무량수전까지 은행나무길이 아름답게 펼쳐지고 드문드문 단풍나무의 붉은 빛이 조화를 이룬다.

경기 양평군 용문사길 용문산 중턱에 자리잡은 용문사로 오르는 계곡길은 낙엽천지다. 떨어진 붉은 단풍잎이 계곡을 따라 흐르고, 기슭엔 수년씩 쌓인 낙엽으로 발목까지 푹푹 빠진다. 용문사 뜰안에는 천연기념물 제30호인 천년 고목의 은행나무가 있다.

경북 문경시 문경새재 옛길 드라마 '태조 왕건' 의 촬영세트장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문경새재는 원래 국내 몇 안 되는 옛길중 하나. 세 개의 관문이 잘 보존돼 있는 이 곳은 단풍나무, 박달나무, 은행나무 등으로 뒤덮여 있다. 장원급제길, 소원성취탑 등 고사와 전설을 간직한 유적지가 곳곳에 있어 낙엽 속에서 옛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충북 청원군 청남대 진입로 눈빛이 시릴 것 같은 푸른 호수와 울창한 숲 터널이 조화를 이루는 호반 드라이브 코스. 청남대 개방 이후 새롭게 부각되는 명소다. 해발 200∼300m의 야산이 오색 빛깔로 물들었고, 낙엽도 소담스럽게 쌓여 연인과의 데이트 코스로도 최고다.

대구 팔공산 순환도로 대구·경북 지방을 대표하는 드라이브 코스다. 유서깊은 사찰인 동화사를 중심으로 군위군 삼존석굴, 파계사, 갓바위, 가산산성 등 유명 사찰과 유적이 산재해 있다. 특히 대구시가 본격적인 단풍관광명소로 만들기 위해 수년 전부터 6,000여 그루에 이르는 단풍나무를 심어와 장관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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