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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딸딸이 아빠"는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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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딸딸이 아빠"는 행복해요

입력
2003.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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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에 결혼해 딸 만 둘인 가장이다. 아들, 딸을 구별하지 않는 시대라지만 동료들로부터 "아쉽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심지어 어머님은 직접적으로 서운한 감정을 드러낸 적이 있다. "저 애들 중 하나만 아들이었어도…." 나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어머니, 제가 비행기를 두 번이나 타게 된답니다"라고 대답 한다. 두 딸은 이제 아이 엄마보다 키가 더 크다. 두 딸은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수확이다.

두 딸은 내가 젊은 시절에 품었던 소망이 이뤄진 결과다. 76년 12월 임진강 근처에서 군복무를 했다. 임진강이 꽁꽁 얼어 붙을 정도로 추운 날씨였다.

보초근무를 하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차가운 구름 사이로 달이 얼굴을 살짝 내밀었다. 달은 나에게 빙긋이 미소를 짓는 듯 하더니 대지에 하얀 빛을 비추었다.

갑자기 마음속에서 형용하기 어려운 그리움이 퍼져왔다. 고향의 가족들도 저 달을 쳐다보고 있을까? 나는 앞으로 무엇이 돼 있을까? 내가 힘들 때 나를 다정하게 위로해줄 딸이 있다면…. 갑자기 소망을 빌고 싶었다. "달님, 내가 결혼을 하면 예쁜 딸을 주십시오."

딸을 키우다 보면 아기자기한 재미가 그렇게 좋을 수 없다. 얼마 전 퇴근해서 집에 와보니 둘째가 주방에서 평소에 하지 않던 요리를 하고 있었다.

"아빠, 저녁 식사에 올려 놓을 찌개를 끓이고 있어요." 둘째가 끓여온 찌개에는 김치, 소시지, 양파가 골고루 들어 있었지만 맛은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딸을 실망시킬 수는 없었다. "음…, 정말 맛있다. 요리사로 취직해도 되겠다."

다음 날 둘째가 전화를 했다. "아빠! 오늘 일찍 와." "왜?" "오늘 저녁에도 찌개를 끓여주려고요." 찌개가 맛있다고 칭찬했더니 다시 요리 솜씨를 자랑하려는 모양이다. "오늘 저녁은 일이 있어서 곤란한데." "직원들한테 집에 일이있다고 하면 되잖아요." "그럴 형편이 안 되는데 어떻게 하지?" "그럼, 다음에 꼭 일찍 와요. 알았지요?"

나는 밝게 자라는 아이들을 보면 하루의 피로가 말끔히 풀린다. 비록 풍족하지는 않지만 쑥쑥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면 부자가 된 기분이다. "아빠! 아∼ 해." 둘째가 내 입에 넣어주는 과일 한 조각에서 나는 한없는 기쁨을 맛보는 것이다.

/cn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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