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 대전(大戰)'이 시작됐다. 크리스탈(Crystal)은 초박막 액정표시장치(TFT-LCD)의 주원료.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떠오른 LCD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삼성과 LG가 본격적인 투자경쟁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30일 충남 아산시 탕정면에서 대규모 TFT-LCD 산업단지 기공식을 갖고 '크리스탈 대전'의 본격적인 포문을 열었다. 이에 맞서 LG필립스LCD도 내년 하반기 경기 파주시에 대규모 LCD 단지를 조성, 맞대응에 나설 계획이다.'크리스탈 밸리'가 떠오른다
충남 천안과 아산을 잇는 지역이 '크리스탈 밸리'로 떠오르고 있다. 이 지역에 삼성전자의 LCD 사업장, 삼성코닝의 유리기판 사업장 등 삼성 계열사의 LCD 관련 사업장들이 모여 들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1970년대 가전 생산기지 역할을 했던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이 '전자 밸리'로 불렸고 80년대 반도체 신화를 만들어낸 기흥사업장이 '실리콘(반도체 원료) 밸리'로 불린데 이어 천안, 아산 지역에 디스플레이 중심의 새로운 밸리가 등장한 셈이다.
LCD는 세계 시장 규모가 급성장하고 있는 차세대 성장산업. 삼성전자의 경우 95년 이후 매출이 매년 80%씩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82년 사업을 시작한 반도체가 10년 만인 92년에 세계 선두에 올라섰듯 95년 사업에 착수한 LCD도 탕정 단지를 기반으로 사업 시작 10년 만에 중소형은 물론 대형까지 모든 분야에서 세계 1위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LCD 성공신화에 도전한다
30일 오전 11시 충남 아산시 탕정면에는 김진표 부총리를 비롯해 정·관계 인사와 국내외 LCD 업계 관계자들이 대거 모여들었다. '크리스탈 밸리'의 중심이 될 삼성전자 탕정 LCD 복합단지의 기공식이 열린 것이다. 61만평 규모로 조성될 이 단지에는 앞으로 10년간 총 20조원이 투자돼 7세대 라인을 비롯해 LCD 생산라인 4개가 차례로 들어선다. 일본 소니와 합작사를 설립해 공동 투자하는 7세대 라인은 2005년부터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천안에 3세대부터 5세대까지 4개의 LCD 라인을 갖고 있으며, LCD 유리기판을 생산하는 삼성코닝정밀유리도 탕정단지에 2010년까지 모두 30개 라인을 건설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LCD 사업부 이상완 사장은 "2010년에는 탕정단지에서만 연 매출 10조원, 누계매출 42조원을 올리게 될 것"이라며 "2만명의 직접 인력을 고용하게 될 탕정단지는 세계 최대 규모의 LCD 복합단지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붙는 LCD 경쟁
탕정 단지 기공식은 가뜩이나 달아오르고 있는 세계 LCD 업계의 생산 경쟁에 도화선으로 작용할 전망. 삼성전자는 7세대 라인이 가동하는 2005년에는 세계 시장 점유율 25%로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삼성전자는 당장 세계 전자업계의 강자 소니와 손잡고 7세대 투자에 들어가 차세대 LCD 기판으로 6세대를 밀고 있는 LG필립스LCD와의 치열한 표준화 경쟁에서 앞서갈 힘을 얻었다. 하지만 삼성의 공세에 맞서 LG필립스LCD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경기 파주 일대에 총 100억 달러를 투자해 대규모 LCD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LG필립스LCD는 당장 파주 LCD 단지 조성을 6개월 정도 앞당기기로 했다.
또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의 공격적인 투자에 밀려 한동안 주춤했던 일본 샤프와 대만의 AU옵트로닉스 등 해외 LCD 업체들도 차세대 라인투자를 서두르는 등 새롭게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탕정=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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