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의 가장 큰 자산은 역시 '기술'이다. 상아탑에서 연마한 신기술을 이용,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들어내는 산학(産學)협동 벤처가 붐을 이루면서 박사 출신 최고경영자(CEO)를 발견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음성인식 및 영어학습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언어과학의 정도상(43·사진) 사장도 그 중 하나다. 그러나 컴퓨터나 전자 등 공학 박사들이 대부분인 가운데 '언어학 박사'라는 타이틀이 박힌 그의 명함은 남다르다. 핀란드서 학위를 받고 돌아왔지만 "교수 자리도 쉽게 나지 않고, 먹고 살자니 뾰족한 수가 없더라"며 정 사장은 말문을 열었다. 그는 1999년 언어과학연구소 소장을 맡으면서 영한번역기와 문장음성변환(TTS) 소프트웨어 개발에 착수했다. 언어학과 컴퓨터 공학의 전문가들이 의기투합, 2000년 개발에 성공했지만 그 열매를 거두기가 쉽지 않았다. "이제야 시장이 열릴까 싶은데 후발 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섰습니다. 결국 저가 TTS 제품들이 쏟아지면서 투자비도 건지기도 힘들게 되더군요."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준 것은 영어교육 분야였다. 언어학 박사답게 언어 교육에도 유능한 그로서는 예나 지금이나 '막무가내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리나라 영어교육을 개혁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다.
이런 문제의식을 토대로 탄생한 것이 '뿌리영어'와 '닥터' 시리즈. 음성과 문자가 완벽히 통합된 멀티미디어 영어교육교재라는 것이 정 사장의 설명이다. 이들 제품 덕분에 적자를 헤매던 언어과학은 연매출 25억원에 5억원 이상의 흑자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말하기와 쓰기까지 완벽하게 훈련시켜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대학 등을 중심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정 사장은 "무자격 외국인들에게 영어교육을 맡겨놓고 외화를 낭비해서야 되겠느냐"며 "외국인 없이도 제대로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교재를 만들고 있다"고 자신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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