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멀어서야 자주 올 수 있겠나."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27일 워싱턴 도착 일성으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렇게 먼 길을 날아온 황씨에게 워싱턴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황씨를 맞는 워싱턴의 반응과 표정은 1997년 망명 후 미국 행이 성사되기까지 그가 겪은 곡절 만큼이나 다양하다.그를 가장 환영하는 쪽은 반북 인사들이다. 그들은 황씨의 여행경비를 마련하고 각종 지원을 마다하지 않았다. 김정일 북한 체제의 독재성과 부도덕성을 고발할 황씨의 증언은 그들의 신념을 뒷받침할 것이다. 일부 세력이 황씨를 북한 망명정부의 상징적 수장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관측이 예사롭게 들리지만은 않는다.
미국의 매파 관리들과 의원들, 보수적 논객들도 황씨의 방문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이들은 황씨의 육성에서 왜 김정일 체제를 무너뜨려야 하는지에 대한 논거를 보태길 원하고 있다. 황씨는 방미에 앞서 "김정일 정권 제거의 중요성을 강조하려 한다"고 밝혀 그 기대에 부응할 태세다.
황씨의 방문을 달갑게 보지 않는 흐름도 강하다. 그의 방미 활동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대북 안전보장 제의와 북한의 화답으로 조성되고 있는 북미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게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뉴욕 타임스는 그의 방미를 '철 지난 것'이라고 논평하기도 했다.
황씨는 자신의 방미 목적에 대해 "미국을 중심으로 민주 국가들의 동맹을 강화, 김정일 독재체제를 민주주의 체제로 바꾸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주체사상의 창시자였던 그가 한때 원수의 나라로 여겼던 미국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승일 워싱턴 특파원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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