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위에 떨어져 썩음으로써 새 생명을 틔우는 밀알처럼, 희생을 통해 영원한 삶을 얻는 지혜로운 여성을 키워내는 일이 우리의 목표입니다."1903년 미국 북장로교 선교회의 마포삼열(馬布三悅, Samuel Austin Moffet) 목사가 '하늘의 의를 높인다(崇義)'는 높은 이상을 내걸고 평양에 세웠던 숭의학원이 31일로 개교 100주년을 맞는다.
1971년 수학교사로 부임한 이래 33년 동안을 숭의여고에 몸 담아 온 유재영(兪在英) 교장(사진)은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라'는 건학 이념을 실천해 온 교사들과 동문들에게 감사한다"며 "내 청춘을 오롯이 묻은 교정에서 이런 기쁜 날을 맞게 돼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유 교장은 숭의의 역사를 알면 현대사가 보인다며 숭의학원의 역사는 "온갖 시련과 역경 속에서도 절개를 꺾지 않은 한국 여성의 자존심"이라고 설명했다.
유 교장은 "1915년 일제가 '사립학교규칙'을 공포하고 일본에 충성하는 국민 양성을 요구했을 때, 숭의여학교는 정규 고등보통학교로의 전환을 거부하고 조선어와 역사, 지리 그리고 신앙교육을 통해 수많은 독립지사를 배출했다"며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1938년 자진폐교를 선택한 일은 숭의인의 자긍심"이라고 말했다. 유 교장은 "숭의학원이 1953년 서울에서 다시 세워진 자리가 바로 옛 경성신사(京城神社) 터였다"며 "결국 하늘이 숭의인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 아니겠냐"며 웃었다.
숭의학원은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지난 3월 숭의여대와 초등학교만을 옛 교정에 남겨두고, 동작구 대방동의 새 교정으로 이사를 마쳤다. 유 교장은 "'코리아게이트' 사건 때 박동선(朴東宣) 이사장이 물러나고, 삼풍백화점 붕괴로 이준 전 삼풍건설 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떼는 등 학교 외적인 일들로 굴곡이 있었다"며 "새로운 교정에서 100주년을 맞았으니 이제는 좋은 일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장은 "숭의학원은 앞으로도 한국 여성지도자의 산실이 될 것"이라며 "많은 동문들이 숭의 100주년 축제에 찾아와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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