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실 활동기그룹 '뜨거운 감자'가 결성된 것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치 사회적으로 중요한 일이지만 다루기 어려운 미묘한 문제'라는 묵직한 그룹명이 무색하도록 이름값 제대로 못한 시절이 길었다. TV에 나와 노래하고 연주하는 이들을 보면 "저 놈들보다 우리가 더 잘 하는 것 같은데" 싶었지만 불러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멤버는 수도 없이 바뀌었다. 기타 연주자가 7번, 드럼은 3번 바뀌었다. 2000년 1집을 냈지만 음반이 나오자마자 제작사가 망하는 바람에 별로 빛을 보지 못했다. 여기 실려 있는 노래가 '고현정'. 고현정을 너무도 좋아했던 김C가 만든 이 노래는 '특정인을 지나치게 예찬했다'는 이유로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김C(보컬), 하세가와 요헤이(長谷川陽平·기타), 고범준(베이스)으로 라인업을 짜게 된 것이 이 때다. 그래도 멤버들은 열심히 활동했다. 주로 연습실에서.
오프닝 전문 활동기
그러다가 윤도현과의 친분으로 윤도현 밴드의 전국투어 오프닝 무대를 맡게 됐다. 그 시절 함께 한 이가 김제동. "당시 윤도현밴드 콘서트는 말 그대로 버라이어티쇼였죠. 김제동이 웃기고 우리가 심각한 노래로 분위기 썰렁하게 만들면 윤도현이 나와서 열광 분위기로 몰고 가는 식이죠."
"그렇게 1년 따라다니니까 의리 때문인지 정 때문인지 윤도현밴드 기획사에서 음반을 내 주더라구요. 기념음반이나 하나 내 주자는 식이었죠." 그렇게해서 지난 6월 뜨거운 감자 2집 '뉴턴'(New Turn)이 나왔다. 그들의 음악은 심각하다. 노래 속에 바람, 구름, 별이 대거 등장하지만 차갑다. 세상에 대해 마음껏 냉소를 던진다. "저희가 오프닝, 게스트 전문밴드 생활을 오래 했잖아요. 가수들이 부탁하잖아요. 아이러니, 서울기러기, 잡담 같은 노래는 안 부르면 안 될까? 우리 공연에 찬물 끼얹지 마라."
드디어 우리만의 무대
여기까지가 뜨거운 감자의 역사다. 요즘 뜨거운 감자는 들떴다. 오프닝, 게스트 전문 딱지를 떼고 난생 처음 단독 콘서트를 열 예정이기 때문. "콘서트 제목이 '싸이키델리아'에요. 싸이키델리아는 마약, 중독, 섹스 같은 거 하고 연관된 말이잖아요. 한 마디로 제 정신으로 못 본다는 거죠. 눈 감고 마음껏 흐느적거리고 스스로 느낄 수 있는 공연으로 만들려구요."
그간 수 많은 무대에 게스트로 서면서 불만도 많았다. "콘서트 가면 같이 점프하자고 강요하고 일괄적으로 야광봉 흔드는 거 너무 싫지 않아요? 그거 보면 무뇌아 같아. 우리 콘서트는 아무것도 강요 안 해요."
일렉트로니카 마니아인 고범준의 연주 그리고 신중현의 음악을 연주해 유명했던 일본밴드 '곱창전골' 출신인 하세가와의 사이키델릭한 기타 사운드가 몽환적 분위기를 만들어 낼 듯하다. 이번 공연에서 오프닝은 강산에가 한다. 97년 그의 첫 콘서트에 오프닝을 해 줬던 인연으로 "이번에는 내가 너희의 오프닝을 해 주마" 했다 한다. "오프닝 전문 참 오래 했죠. 어수선할 때 등장해서 노래 하면 잘 들어 주지도 않아요. 이제는 우리가 공연 전체를 채워야 한다니 신나고 떨리죠." 걱정도 있다. "항상 남의 공연 씹기만 했는데, 우리 공연은 뭔가 다르다는 걸 보여줘야 하니 부담되네요." 공연은 11월 7일(오후 7시30분) 8일(오후 6시) 대학로 라이브극장. 3만3,000원 (02)3446―3225,6
/최지향기자 misty@hk.co.kr
보컬 김C 시선집중
'뜨거운 감자'의 보컬 김C(32·사진)는 얼마 전 MBC라디오 '김C의 음악살롱' DJ를 맡은 데이어 '야심만만 만명에게 물었습니다'(SBS) 등 TV 출연이 잦아지고 있다. 세상 겁 날 것 없이 당당하고 직선적인 말투로 세상 만사 질겅질겅 씹는 그의 어법에서 사람들은 후련함을 느낀다. '뜨고 있다' 할 만 하지만 그는 "'뜨고 있다'는 말은 좀 신문에 쓰지 마요. 얼굴이 누렇게 뜬 것도 아니고 사람을 가볍게 만들잖아요"라고 쏘아 붙인다.
음악살롱 DJ로 결정됐을 때는 자신도 깜짝 놀랐다. '윤도현의 2시의 데이트'에서 '김C의 냉정한 음악퀴즈' 코너를 2년 2개월 진행했지만 주부를 대상으로 하는 아침 프로 진행이라니 말이다. "방송국도 '니 맘대로 해 봐라'는 방침이고 저야 뭐 '언제 잘려도 상관 없다'는 생각이니까 할 말 다 하는 거죠. 목숨 내 놓고 덤비는 놈이 제일 무섭잖아요."
김C가 진행하면서 음악살롱은 많이 바뀌었다. 묵직해졌고 쉴 새 없이 귓가를 공격하는 그의 독설에 가끔 당황한다. "사실 오전 9시 프로그램이야 그렇잖아요. 주부들이 쓴 커피 한잔 들고 소파에 비스듬하게 기대 앉아서 듣기 좋은 옛날 노래 틀어주는. 한 마디로 '아줌마들 엉덩이 긁어주는' 프로그램이 딱인 시간인데 제가 제 멋대로 지껄이니 어이가 없겠죠."
TV 출연 얘기로 넘어가자 독설가 김C 갑자기 풀이 꺾인다. "제가 뭐 할 말이 있나요. TV 나와서 소모품처럼 웃고 떠드는 거 보면 '쟤네들 왜 저러나' 싶었는데, 뭐 이제 욕할 것도 없어요. 저도 돈 벌려고 TV 나가는 거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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