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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Ba<젊은 영국 미술가들> "앞선 모든 것을 부정하라!"/천안 아라리오갤러리 "영국 현대미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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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Ba<젊은 영국 미술가들> "앞선 모든 것을 부정하라!"/천안 아라리오갤러리 "영국 현대미술전"

입력
2003.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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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Ba. 1980년대 말 이후 나타난 젊은 영국 미술가들(young British artists)을 지칭하는 yBa는 이미 현대미술사의 한 장을 채우고 있다. 세계 미술의 386세대랄까, 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 말부터 세기말의 정신적 방황을 표출하는 동시에 21세기의 비전을 모색하는 충격적인 작품들로 하나의 흐름을 형성한 일군의 작가들이다. 그 중심 인물인 데미언 허스트를 비롯, 마크 퀸, 게빈 터크 등 yBa의 대표적 작가 10명(팀)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영국 현대미술(British Contemporary)'전이 28일부터 천안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88년 23세로 아직 학생이던 데미언 허스트는 런던 선창가의 한 폐건물을 빌려 '동결'이란 전시를 열면서 동물의 신체를 반으로 절단, 의료용 포름알데히드 용액에 집어넣은 작품을 발표했다. yBa가 등장한 기점이다.

이번 전시에는 허스트의 작품 못지않게 충격적인 마크 퀸의 '셀프(Self)'가 나온다. 작가가 자기 머리 형상을 그대로 떠낸 뒤, 그 속에 자신의 실제 혈액 4리터를 넣어 만든 것이다. 4리터의 혈액은 인간의 몸 속에 들어있는 전체 피의 양과 비슷하다. 마크 퀸은 1991년 첫 '셀프'를 제작한 후, 조금씩 자신의 피를 뽑아서 모았다가 5년마다 한 작품을 만든다. 아라리오갤러리에 전시되는 것은 2001년 작으로 세 번째 작품이 된다. 이 작품은 영하 14∼15도를 유지하는 냉동장비로만 그 형태를 유지할 수 있다. 96년 만들어진 두 번째 '셀프'는 세계적 미술품 컬렉터로 유명한 광고대행사 '사치 앤 사치'의 대표 찰스 사치가 소장했다가 청소부가 실수로 냉동장비의 전원 코드를 뽑는 바람에 망실된 것으로 유명하다.

어찌 보면 엽기적이지만 yBa는 이런 작품들로 기존 미술을 부정하려 한다. 우선 작가와 작품의 절대적 관계를 강조하는 모더니즘의 '원본성' 원칙을 그들은 롤랑 바르트의 표현처럼 '저자의 죽음'으로 대신하려 한다.

이번 전시에 스스로를 부랑자의 모습으로 표현한 왁스 조각을 낸 게빈 터크는 영국왕립미술대학 졸업전 작품으로 '게빈 터크, 조각가, 여기서 작업하다'라고 쓴 묘비명 같은 패널을 제출했다가 학위 수여가 취소되기도 한 인물이다. 지금 그는 자신의 사인만 쓴 것을 작품이라고 내 놔도 불티나게 팔리는 유명 작가가 됐다. 작가의 명성과 그것에 기대는 예술제도에 대한 반기인 셈이다.

yBa적 고뇌의 또 하나의 축은 서구 미술에서 억압됐던 가치를 드러내려는 노력이다. 순수예술을 추구하는 모더니즘에 대한 반발로 사회적 이슈를 다루거나 이성중심주의, 자본주의, 백인남성우월주의를 비판하는 작업들이다. 97년 베니스비엔날레 청년작가상을 수상한 여성작가 샘 테일러―우드는 눈을 가린 남자의 사진과 다양한 나체사진을 결합하거나, 혼자 춤추는 남자의 모습을 담은 비디오 작품 등으로 이성 너머 인간의 무의식을 드러내려 한다. 자신의 몸을 그대로 캐스팅해 관객으로 하여금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는 안소니 곰리, 스테인레스 인체 조각 작품의 존 아이작스, 모든 것을 낱낱이 상업화하는 자본주의를 기이한 인형 모습으로 꼬집는 제이크 & 디노스 채프만 형제 등은 공히 현재의 인류문명에 대한 묵시록적 비판자들이다. 실제 동성애자로 잡지에 나오는 동성애자 매춘 광고를 작품화하는 길버트 & 조지는 비주류의 목소리를 미술적 논의의 장으로 끌어낸다.

이들 작품들은 모두 아라리오갤러리의 소장품이다. 현대미술품 컬렉션에서 국제적 '큰손'으로 알려진 김창일 아라리오갤러리 대표는 마크 퀸의 '셀프'를 이번 전시에 앞서 매입하고, 이번 전시에는 나오지 않지만 데미언 허스트의 신작 '채리티(Charity)'도 최근 수십억 원을 주고 샀다. 값으로 치자면 수백억 원대에 이른다는, 실험적 현대미술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전시다. 내년 1월31일까지. 문의 (041)551―5100∼1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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