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원 가지고 이 정도 규모의 뮤지컬 만들 수 있나요?"12월6일부터 내년 1월18일까지 서울 양재동 한전아츠풀 무대에 오르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풀몬티'의 제작발표회장. 제작비 9억원에 손익분기점을 유료관객 점유율 50%로 잡는다는 주최측의 발표에 일순 귀를 의심했다.
캣츠(40억원), 토요일밤의 열기(30억원), 싱잉 인 더 레인(30억원), 시카고(25억원) 등 올해 직수입하거나 라이센스로 제작한 뮤지컬 제작비에 비해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규모의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개그맨 임하룡, 탤런트 변우민 등 스타를 캐스팅한 것까지 감안하면 최소한 10억원은 넘게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기획을 맡은 (주)루트원 엔터테인먼트 최호 대표의 설명은 이렇다. "처음에 로열티로 20만 달러를 달라고 했는데 1년 여의 협상 끝에 선급금 2만5,000달러에 회당 입장료 수입의 12.5%를 주기로 했다." 티켓수입의 15∼18%를 주는 게 일반적 관행이고, 로열티로 7만 달러를 줬던 더 작은 규모의 한 라이센스 뮤지컬과 비교해도 훨씬 유리한 조건이다.
제작을 맡은 (주)스타우드의 오세정 프로듀서는 "로열티와 배우들의 개런티는 합리적으로 협상해야 하는데 요즘 공연에 뛰어드는 일부 자본이 부르는 대로 주니 거품이 낀다"고 말했다. 다른 공연 관계자도 "계약만 잘하면 관람료도 많이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마케팅을 담당한 난타의 제작사 (주)PMC의 송승환 대표는 "망한 공연이 더 많은 법"이라며 "손익분기점이 50%라도 입장료는 비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합리적 제작비와 위험분산, 합리적 입장권 가격이 공연의 기본이라는 말이다.
내실 없이 치솟고 있는 제작비 때문에 수십만원짜리 귀족 티켓이 등장하는 현실에서 거품을 빼면서도 할 건 다하는 '풀몬티'의 사례는 귀중한 선례가 될 만하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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