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에 긍정적이고, 악역에는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선량한 인상. 드라마 '아들과 딸'(MBC)의 귀남이, '첫사랑'(KBS2)의 찬혁이가 그랬고, 6월 인기리에 종영한 '저 푸른 초원 위에'(KBS2)의 태웅도 다르지 않았다.그래서 '태조 왕건'(KBS1)에서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제외하면 줄곧 편안하고 건실한 청년 이미지로 안방극장에 비쳐온 탤런트 최수종(41)에게는 '건강한 웃음, 따뜻한 눈빛의 남자'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토크쇼에 도전한다. 11월4일 밤 11시에 첫 방송되는 SBS '최수종 쇼'를 통해서다. 그로선 연예계 데뷔 17년 만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토크쇼를 진행하는 영광을 누리게 된 셈이다. 그러나 시청자는 '태조 왕건' '저 푸른 초원 위에' 등 드라마의 잇단 성공으로 최고 인기를 누려 온 그가 왜 토크쇼 MC 자리에 앉게 됐는지가 자못 궁금하다.
"몇 년 전부터 토크쇼 제의가 들어왔지만, 기회가 닿지 않았어요. 30대에는 뜻을 확고하게 세우고, 40대에는 미혹되지 않는다고 하지요. 이제 저도 40대로 접어들었어요. 토크쇼를 통해 선배와 후배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물론 좋은 작품만 들어오면 연기는 언제든 다시 할 생각입니다." 아내 하희라가 화가 났을 때 일명 '개다리춤'으로 화를 풀어주는 그임을 생각하면, 재치가 필요한 토크쇼 진행자가 의외의 선택은 아니다.
최수종은 지상파 방송사의 주말 버라이어티 쇼 MC를 맡아 탤런트답지 않은 매끄러운 진행을 선보인 적이 있다. '밤을 잊은 그대에게' '최수종의 인기가요' 등 라디오 프로그램 DJ도 무난히 소화했다. 그래서인지 이홍렬, 쟈니윤, 주병진 등 개그맨이나 코미디언이 인기 토크쇼의 단골 진행자였다는 사실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토크쇼라고 해서 반드시 웃겨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마치 친구끼리 얘기하듯, 진지하게 얘기를 끌어낼 생각이에요. 그러다 보면 포복절도할 때도 있겠지요. 토크쇼는 그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가는 게 바람직할 것 같아요." 그는 "토크쇼가 신작 영화나 드라마, 음반을 홍보하는 자리로 전락했다"며 "연예인끼리 말장난을 하거나 출연자의 말을 물고 늘어지는 식의 토크쇼는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최수종 쇼'는 20대부터 40대 이후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볼 수 있는 토크쇼로 방향을 잡았다. 그는 "특히 초대 손님의 가치관, 결혼관 등을 듣는 '100퍼센트 프로포즈' 코너에서는 연예인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며 "40대 이상의 선배 연예인도 적극적으로 초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수종은 얼마 전 지상파 드라마 시청률 상위 50위를 조사한 한 시청률조사기관의 발표에서 90년대 이후 최고의 흥행스타로 꼽혔다. 비결은 타고난 성실함과 긍정적 사고다. "저는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에요. 딱 한번 교통사고가 난 적이 있는데 뒷 차가 제 차를 받고, 이 때문에 제 차도 앞차를 들이받았는데, 그 때도 화는커녕 '내가 다치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가'라고 생각하는 식이죠."
토크쇼도 마찬가지다. 그는 "제가 열심히 노력하면 분명히 시청자 여러분이 인정해주실 겁니다. 특히 이번에는 감이 좋아요"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22일 있었던 첫 녹화에서 토크쇼 분위기를 내기 위해 이전보다 젊은 취향의 파격적 의상을 선보이는 등 그는 벌써부터 토크쇼에 자신을 몰입하고 있다. 그 동안 수많은 드라마에서 효과가 입증된 '최수종의 힘'이 과연 토크쇼에서도 발휘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