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특검법안 제출을 앞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고차 방정식을 푸는 것처럼 안팎에서 고려해야 할 조건들이 꼬이고 있기 때문이다.최병렬 대표는 29일 경남 통영 보궐선거 지원유세 뒤 기자들과 만나 "법리상 무제한적이고 불특정하게 수사대상을 정할 수 없는 만큼 대선 전후 벌어진 대선자금 문제와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사건만 대상으로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당초 주장했던 전면·무제한 특검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홍사덕 총무도 이날 민주당 정균환· 자민련 김학원 총무를 만나 특검 공조 설득에 나섰다. 제출은 단독으로 하더라도 민주당 등과 대략적인 합의를 본 가운데 법사위 심의를 거치고, 본회의에선 합의 통과시켜야 한다는게 한나라당의 특검법 로드맵이다.
"단독 처리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거부권의 명분만 주는 꼴"이라는 데 당내 공감대가 공고하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민주당을 끌어들여야 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를 위해 현대 비자금 등을 일찌감치 수사범위에서 제외시켰다. 여러 아이디어들도 속출한다. 법률지원단장 심규철 의원은 "민주당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특검의 방향이 노 대통령의 측근 비리쪽으로 맞춰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민주당쪽 인사를 특검에 앉히자"는 얘기도 있다.
특검이 검찰 수사에 대한 '물타기'로 비쳐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고민도 계속되고 있다. 이를 위해 "지금 당장 검찰 수사가 한창인 SK비자금 수사를 특검수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곤란하지 않느냐", "여당과 청와대에 대한 공세로만 비쳐져서도 곤란한 만큼 우리당도 발가벗는 모양새의 특검이 되야 한다"는 의견들이 쏟아진다. 최대표는 일단 "당내 논의를 거쳐 31일께 특검 법안을 제출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워낙 고려할 조건들이 많다 보니 좀 더 시일을 두고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이런 와중에 당내 소장파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전날 기획위원장에서 물러난 원희룡 의원은 '사퇴의 변'을 통해 "대선자금 사건 이후 당이 특검과 개혁이라는 두 가지 방향의 진로를 잡고 있다"며 "개혁을 도외시한 채 투쟁만 한다면 국민으로부터 구제불능 판정을 받는 더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 정서를 도외시한 특검 추진에 대한 경고로도 해석된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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