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8일 호주제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민법개정안을 의결, 국회로 넘김에 따라 참여정부의 공약사항이자 여성계의 숙원 사업이었던 호주제 폐지 문제는 정치권으로 공이 넘어갔다.이번 민법개정안의 최대 의미는 호주에 관한 규정 및 이를 전제로 한 입적, 가족 창립, 분가 등에 관련한 조항을 전면 삭제한 것. 단 지난 주 국무회의에서 고건 총리가 '호주제 폐지가 가족 상실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표명하면서 논란이 된 민법 제 779조 '가족의 범위'는 폐지하지 않고 재규정하기로 했다. 따라서 '호주를 중심으로 하여 그 가에 입적한 자'로 명시된 가족의 범위는 '부부, 그와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부부와 생계를 같이하는 그 형제자매'로 바뀌게 된다.
재규정된 가족의 범위는 장인 장모 등도 가족의 범위에 포함할 수 있게 해 호주를 중심으로 한 부계만을 인정하고 있는 현행 민법을 부부가 평등하도록 바꾼 것이다. 지은희 여성부 장관은 "가족의 범위 조항을 폐지하지 않기로 한 것은 호주제 폐지가 곧 가족 해체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국민의 우려를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의견이 분분했던 부성(父姓)강제 조항에 대해서는 자녀가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혼인 신고시 협의한 경우에는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혼인외 자녀가 인지됐을 경우 부모의 협의 하에, 혹은 법원의 허가를 얻어 기존의 성과 본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이 밖에 호주승계 관련 조항과 아내는 결혼과 동시에 남편의 집안에 편입되게 한 처의 부가(夫家)입적 조항 등은 삭제된다.
개정안은 여성계가 수십년간 남성우월주의의 원인이라고 지적해온 호주제 관련 조항을 전면 삭제토록 해 상당히 진보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논란이 많았던 부성강제 조항을 전면 폐지하지 않고 자녀가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한 것은 부계혈통주의의 기본을 유지한 것으로 지적된다.
개정안은 주말쯤 국회에 제출돼 통과되면 2년의 경과기간을 거쳐 시행하게 된다. 그러나 의원 271명 중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개정안에 대해 찬성의사를 밝힌 의원은 70여명이며 나머지는 입장을 유보해 개정안의 국회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지 장관은 "올해 안 국회 통과를 위해 국회의원 한명 한명을 찾아 호주제 폐지의 필요성을 설명할 예정"이라며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지방의원의 경우 지역 유림 등의 반발을 우려, 입장표명을 유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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