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 활성화와 규제 완화 등으로 국내 기업 인수합병(M&A)시장이 기지개를 켜면서 막강한 자본력과 기업 인수 노하우를 가진 국내 기업 사냥 전문가들이 활동 무대를 넓히고 있다.특히 국내 우량 기업의 해외 매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면서 그동안 과거 경영 문제 등으로 물밑으로 몸을 낮췄던 인사들까지 다시 수면 위로 나와 국내 M&A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국내 최대 벤처캐피탈 업체인 KTB네트워크는 올 하반기 권성문 회장이 비상근 대표이사로 복귀한 이후 기업 인수 전문 투자회사로 탈바꿈하고 있다.
최근 현대오토넷 인수전에 뛰어들어 독일 하먼그룹 등과 경쟁하고 있으며, 부실 기업을 인수해 가치를 높인 후 되파는 '바이아웃(Buy-Out)' 부문 투자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이미 동신제약 세화폴리텍 금강공업 등의 바이아웃을 통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도 최근 SK투자신탁운용을 인수키로 하는 등 자산 운용 분야에서 공격적인 기업 인수에 나서고 있다.
박 회장은 "11월까지 SK투신 인수를 마무리한 후 투신운용사를 추가적으로 인수해 미래에셋 산하에 M&A펀드, 헤지펀드 등 다양한 성격의 펀드를 운용하는 자회사를 만들겠다"며 "10년 안에 아시아 대표 자산운용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LG와의 표대결 끝에 하나로통신 경영권을 확보한 박병무 뉴브리지캐피탈 코리아 사장은 시장에서 인정받는 M&A 전문가.
김&장 법률사무소에서 M&A와 기업관리 및 분쟁전문가로 활동하면서 국내외 30여개 기업의 인수합병을 지휘했으며 제일물산, 미도파 등 적대적 M&A에도 15건이나 참여했다.
또 플레너스엔터테인먼트 사장 때는 넷마블과의 합병을 주도한 후 올 6월 뉴브리지로 옮겨 이번 하나로통신 지분인수에 참여 했다.
팬택앤큐리텔 인수 후 거래소 상장을 통해 3,000억원대의 평가차익을 거둔 박병엽 팬택 부회장도 최근 대우종합기계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자본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했다.
골드뱅크 사장이었던 김진호씨도 올 3월 코스닥등록기업인 비젼텔레콤 최대주주 겸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등록기업과 장외업체 5개사를 잇따라 인수하며 기업사냥에 나서고 있고 주가조작혐의로 기소중지 판결을 받은 최유신 전 리타워텍 회장은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외국계 투자회사를 앞세워 최근 코스닥기업 2개사를 인수했다.
메리츠증권 김용회 벤처M&A팀장은 "경기 둔화와 시장 퇴출 규정 강화 등으로 한계 기업들이 많이 나오고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 진전되면서 국내 M&A시장이 활성화하고 있다"며 "벤처캐피탈이 기업 인수를 주력으로 하는 프라이빗 에쿼티(Private Equity)펀드로 변모하고 자본력 있는 개인 큰손과 사모 펀드의 기업 인수합병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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