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이 고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과 만나 돈을 요구한 장소로 알려진 신라호텔 중식당에서 1주일에 3, 4차례 1인당 30만원짜리 코스 요리와 상어지느러미(샥스핀) 요리를 즐겼다는 증언이 나왔다.28일 신라호텔 직원 유모씨는 현대비자금 20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권 전 고문에 대한 공판에 출석, "호텔 중식당의 캐시어(계산원)로 일할 때 권 전 고문이 많을 경우 일주일에 3, 4차례 찾아와 상어지느러미 찜과 고급 포도주 '딸보' 등을 즐겨 먹었다"며 "식사비는 1인당 30만원 선으로, 4명이 식사하면 140만원 정도가 나왔다"고 밝혔다.
유씨는 그러나 "직원들은 대기업 회장단과 가족 등 유명 인사 위주의 고객 사진을 수첩에 스크랩한 뒤 얼굴을 익히는 공부를 했지만, 정 회장은 식당에서 보지 못했으며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은 얼굴을 알지 못해 왔었는 지 기억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 전 회장은 지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 "본인과 김영완씨, 정 회장, 권 전 고문이 1999년부터 2000년 초까지 신라호텔에서 5차례 만났으며 그 자리에서 권 전 고문이 돈을 요구했다"고 주장했었다.
변호인단은 이날 유씨의 증언을 토대로 "당시 정 회장이 100만원이 넘는 식사비를 직접 현금으로 냈다는 검찰 주장은 억지"라고 검찰을 몰아세웠다.
변호인측은 지난 공판에서도 신문기사를 인용, "신라호텔 홍보실은 유명인사의 방문 날짜나 (스테이크 등을) '웰던'(well-done)으로 먹는지 등 음식 취향까지 전부 전산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정 회장이 왔다면 몰랐을 리 없다"며 권 전 고문이 정 회장을 만난 적이 없음을 강변했었다.
변호인측이 "현금상자 19개와 운전자의 무게를 합하면 600㎏에 달하는데, 그걸 싣고 승용차가 잘 굴러가는지 검증해 보자"고 요청하고 검찰측이 "그러려면 40억원 가량의 현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응수하자 재판부인 서울지법 형사3단독 황한식 부장판사는 "은행 협조가 가능한지 알아보자"고 정리했다.
공판 후 실시된 신라호텔 현장검증에서 권 전 고문은 이 전 회장이 모임을 가졌던 테이블을 지목하자 "난 담배를 피우지 않아 흡연석에는 절대 앉지 않는다"고 면박을 준 뒤 "거짓말을 하니 얼굴이 노랗게 되지 않느냐"고 몰아세웠다. 한편 이날 현장검증 장소에는 대북송금 특검 수사 당시 권 전 고문의 비자금 수수 의혹을 맨 처음 밝힌 것으로 알려진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다른 용무로 들렀다가 권 전 고문 일행을 보고 황급히 사라지기도 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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