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다. 하나로통신 경영권분쟁이 일단락되고, 두루넷 재입찰과 번호이동성 시행, 휴대인터넷 사업자선정 등 시장판도를 좌우할 굵직한 재료들이 임박하면서 통신업체들이 인력 및 조직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통신업계 전체의 경쟁심화 속에 후발통신사들의 '짝짓기' 방향과도 밀접히 연결될 것으로 보여, 시장 재편도 사실상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인력·조직개편
하나로통신 임원 51명은 28일 윤창번 사장에게 전원 사표를 제출했다. 외자유치 성공으로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난 만큼 과거 경영부실을 자성하고 윤 사장에게 재도약의 힘을 실어준다는 의미에서 전원 재신임을 받기로 한 것이다.
이번 임원직 일괄사표는 외자유치 성사 후 예정됐던 수순이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임원수 축소와 함께 상당폭의 '인적 쇄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로통신은 수익성 없는 사업은 정리하고 초고속인터넷과 시내전화 등 핵심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는 사업구조 및 조직개편작업도 함께 진행 중이어서 그 결과에 따라 대규모 물갈이 인사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핵심 사업분야엔 임원진을 확대 배치하겠지만 정리·축소대상 사업에선 임원들이 옷을 벗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KTF도 11월1일자로 전면적 조직개편과 함께 임원감축을 단행했다. KFT는 47명이던 임원수를 39명으로 줄이는 한편, 종전 상무보급 자리에 부장들을 전진 배치했다. KTF 관계자는 "번호이동성 제도와 010 번호통합에 대비하고 격화하는 경쟁환경 하에서 고객중심의 현장서비스를 강화키 위해 인사와 조직개편을 2개월 앞당겨 시행했다"고 말했다.
KT도 이달 초 5,500여명의 대규모 명예퇴직을 통한 인력구조조정을 마무리 지었다. 하나로통신 인수에 실패한 LG 역시 통신사업전략 재정비 차원에서 데이콤 등 통신계열사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무한경쟁의 시작
지루한 경영권 분쟁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고객을 잃어버린 하나로통신은 빠른 시일 안에 임원진과 조직개편을 마무리 짓고, '고토(故土)회복'을 위한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설 방침이다.
이에 따라 초고속인터넷가입자 시장에서 KT와 전면전이 불가피해졌으며, 시내전화 역시 내년 번호이동성 전국실시를 계기로 KT의 '아성'에 대한 본격적 공략이 시작될 전망이다. 두루넷 인수를 위한 LG와의 치열한 재대결이 예상되는 가운데, 업계에선 하나로통신-LG의 극적인 '그랜드 컨소시엄'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동전화 시장 역시 내년 1월 번호이동성 실시를 앞두고 SK텔레콤과 KTF, LG텔레콤의 고객 빼앗기와 지키기 경쟁은 이미 과열양상을 빚을 정도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