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 행복이 무엇인지 그런 걸 말하고 싶어요."29일 첫 방송하는 KBS2 수목드라마 '로즈마리'에 대한 작가 송지나(44)씨의 설명이다. 드라마 작가들에게 흔히 들어온 말이라 식상한 감이 없지 않았는데 덧붙이는 말이 심상찮다. " '달팽이' '대망' 등 전작에서도 다뤄온 주제인데, '로즈마리'가 완결판인 셈이에요."
'로즈마리'는 위암 말기 선고를 받은 정연(유호정)이 남편 영도(김승우)의 젊은 애인 경수(배두나)에게 가족을 부탁하고 삶을 정리하는 과정을 담는다. 행복한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면서 왜 하필 죽어가는 여자를 택했을까.
"천년만년 살 것 같지만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는 게 인생이잖아요. 어떻게 해야 잘 죽는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역으로 잘 산다는게 무엇인지 답이 보이지 않을까요."
하지만 시작이 좀 불안하다. 죽어가는 아내, 그리고 남편의 다른 여자란 엇비슷한 얘기를 다룬 김수현씨의 '완전한 사랑'(SBS 토·일 밤 9시45분)이 한 발 앞서 방송되고 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저울질 당할 것이 뻔하고, 자칫 '한 수 아래'라는 평가를 들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김 선생님이 '쓰는 스타일이 다른데 뭐가 걱정이냐'고 하셨다고 들었다"며 "존경하는 선배님과 같은 시기에 작품을 선보이게 돼 오히려 가슴이 설렌다"고 말했다.
27일 시사회에서 미리 맛본 '로즈마리'는 좀 낯설었다. 정연이 의사에게 암 선고를 받고는 "왜 하필 지금이야. 남편이 한 달은 밤샘을 해야 하고, 신애는 다다음주에 구연동화 대회가 있는데…"라고 중얼거린다. 작위적이지 않느냐는 지적에 그는 고개를 젓는다. "의사들 말이 암이니 수술하자고 하면 주부들 대부분은 '방학 때 하면 안될까요'라고 한대요. 기존 영화나 드라마가 그린 시한부 삶이 오히려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얘기죠.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인터넷에 뜬 투병기나 '병원24시'같은 프로그램을 꼼꼼히 보고 있어요."
게임 등 신세대 문화코드를 버무려 다소 칙칙할 수 있는 이야기를 산뜻하게 풀어간 점도 이채롭다. 송씨는 게임회사 실장인 영도와 애니메이터인 경수를 통해 게임과 만화에 대한 상당한 식견을 과시한다. 그는 "아들 한새(고2)의 꼬임에 빠져 게임 마니아가 됐고, 한새의 꿈이 애니메이션 감독이라 만화도 즐겨 본다"면서 "특히 게임은 머드에서 온라인까지 두루 섭렵했고 손을 댄 게임은 모두 지존 캐릭터를 갖고 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에 글 쓰는 방법을 바꿨다. '모래시계' 등이 사전 취재를 통해 미리 줄거리를 엮어놓고 대본을 썼다면, '로즈마리'는 등장인물의 성격과 몇 가지 모티프만 정해 놓고 그때그때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작정이다. "이럴 때 이렇겠지, 하는 식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죠. 여러분도 뻔한 스토리겠지 생각하시면 아마 뒤통수를 맞을 겁니다."
그는 '아름다운 추억'이라는 꽃말과 편안한 향기가 좋아 '로즈마리'를 제목으로 택했다고 한다. 이 작품이 그에게나, 시청자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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