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아껴 모으면 우리들은 모두가 잘살게 된다∼."(저축의 노래 중)28일 '제40회 저축의 날'을 맞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저축유공자에 대한 시상식이 열렸다. 남편이 중풍으로 세상을 뜨자 식당일을 하며 한푼두푼 저축한 60대 아주머니를 비롯해 유명 탤런트, 아나운서의 얼굴이 눈에 띄었다.
이날 행사는 정부와 한국은행 관계자, 수상자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종일관 격려와 박수 속에 진행됐지만 '저축의 노래' 합창이 힘차게 울려 퍼질 땐 차라리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저축의 날은 저축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1964년부터 기념일로 지정됐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의 저축률은 사상 최저수준으로 추락했다.
특히 요즘처럼 부동산 투기로 순식간에 '공돈' 수억원을 벌 수 있고, 실질 예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상황에선 묵묵히 저축을 하는 사람이 오히려 '바보'나 '미련한 사람'으로 취급될 뿐이다. 빚을 내 강남 아파트에 잘만 투자하면 하룻밤 사이에도 이자비용의 몇 십배를 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저축을 성실히 하면 할수록 상대적인 박탈감만 커지게 된다.
박 승 한은 총재는 이날 기념사에서 "지난 40년간 연평균 8%의 고도성장을 뒷받침했던 저축의 미덕을 다시금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집값 폭등과 한탕주의로 저축을 무력화시켜 놓은 채 한편에서 아무리 저축이 미덕이라고 외쳐본들 공허한 메아리가 될 뿐이다. 부동산 광풍이 계속되고 돈 있는 사람만이 돈을 벌 수 있는 풍토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내년 저축의 날도 주최측만의 잔치가 될 것이다.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돈 버는 방법'이 바로 잡히지 않는다면 앞으로 누가 '미련한 저축상'을 받고 싶겠는가.
남대희 경제부 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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