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산하가 단풍으로 온통 울긋불긋하다. 날이 저물어 그 화려함이 사라지면 괜히 처연해진다. 그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자. 또 다른 축제가 기다린다. 가을 천계는 그리스 신화에서 이름을 날렸던 영웅들의 무용담이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8월27일 6만년 만에 지구에 가장 가까이 근접했다가 다시 멀어지는 화성의 모습도 아직 관찰할 수 있다. 별보기 여행, 또다른 가을의 정취가 느껴진다.중미산 천문대
23일 오후 6시 경기 양평군 옥천면 중미산천문대. 경기 용인시의 유치원 어린이들을 상대로 우주에 대한 영상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천체관측을 위한 필수코스다.
"태양의 흑점은 왜 생길까요?" 김학 천문대장의 난이도 높은 질문에도 금방 "주위의 온도보다 낮아서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달표면에 생긴 구멍을 뭐라고 할까요?" 이번에도 대다수 어린이들이 이구동성으로 "크레이터요"라고 답한다.
발음하기도 어려운 단어지만 어린이들의 답변은 이렇게 상상을 초월한다. 별에 대한 어린이들의 관심이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을 이 곳에 오면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이어지는 체험학습. 옥상으로 올라온 어린이들이 천체망원경을 들여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화성이 저렇게 크게 보이니 신기해요." "하늘에 이렇게 별이 많은 줄 몰랐어요."
사설천문대로는 국내 최고 성능이라는 12인치 굴절망원경과 각종 반사만원경에는 화성, 금성 등 태양계의 행성을 비롯, 여러 성운(星雲)과 성단(星團)들을 관측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춰놓았다.
밤 별자리 관측이 끝나고 다음 날 오전에는 태양관측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망원경에 특수 필터를 끼우고 태양을 보면 흑점, 홍염, 백반 등 평소에는 보기 어려운 태양표면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태양이나 별자리 관측 중 하나를 선택하는 당일코스는 1만원∼1만5,000원, 두 가지 모두를 관측할 수 있는 1박2일 코스는 유치원생 2만9,000원, 초등학생 3만8,000원.
안성 천문대
25일 오후 8시. 경기 안성시 미양면 강덕리 안성천문대 옥상. 서울 대치동의 한 학원에서 온 초등학생이 하늘의 별자리를 보며 강사가 늘어놓는 그리스 신화의 영웅 페르세우스의 무용담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바다의 신에게 노여움을 산 케페우스와 아내 카시오페이아는 신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딸 안드로메다를 바다의 괴물에서 제물로 바칩니다. 그 때 천마 페가수스를 타고 온 영웅 페르세우스가 괴물을 물리치고 안드로메다를 구출, 결혼하게 됩니다. 가을에는 페르세우스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대거 발견할 수 있죠."
강사의 이야기가 끝나자 학생들의 별자리 찾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무수한 별들 중에서 이들을 찾아내기가 쉽지는 않다.
"가을철 별자리 찾기는 페가수스의 몸통에서 시작됩니다. 밝게 빛나는 큰 4각형이죠. 페가수스 옆으로 안드로메다, 카시오페이아, 케페우스, 페르세우스가 한 데 모여있습니다." 강사의 설명을 듣고서야 학생들은 "찾았다"를 연발한다.
카시오페이아, 큰 곰자리를 기준으로 북극성을 찾는 방법은 고전적이지만 이 곳에서는 색다르게 느껴진다. 밤 하늘의 별이 도심보다 워낙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태양이 지나는 길(황도)에 위치한 천칭, 처녀, 사자, 궁수 등 12가지 별자리가 점성술에 이용된다는 이야기도 새삼스럽지만 재미있다.
맨 눈으로 천체에 대한 공부를 했으니 이제는 천체망원경을 통한 학습시간. 서쪽하늘 거문고자리에 위치한 반지처럼 생긴 고리성운에 초점을 맞춘 망원경을 들여보는 학생들의 탄성이 이어진다.
육안으로는 하나로 보이던 백조자리 머리부분의 별(알비레오)도 망원경을 통해서 보니 색깔이 다른 2개의 별로 이뤄져 있어 놀랍다. 자정이 지나면서 가을철 별자리가 서쪽으로 물러나고 겨울철 별자리가 하나둘 나타나자 밤하늘은 더욱 화려하다. 흔히 1등성으로 분류되는 10여 개의 별 중 절반 이상이 이 때 등장하기 때문이다.
오리온자리를 비롯, 토끼, 작은 개, 쌍둥이, 황소자리 등이 모습을 드러내면 밤하늘 별자리축제는 절정에 달한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별들은 여명을 밝히는 태양의 실루엣과 함께 사라진다.
당일코스는 1인당 2만5,000원, 1박2일의 경우 방 1개당 2만원을 추가하면 된다.
/양평·안성=글·사진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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