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불황을 이겨내려는 각국의 외자유치 노력이 치열한 가운데 유럽의 소국 스위스의 '외국기업 유치 바람'이 화제다.스위스에는 최근 존 디어(농기구 및 중장비 업체)와 랠프 로렌(의류) 제너럴 밀스(식품) 카길(곡물) 질레트 등 다국적 대기업들이 파리나 런던의 유럽 본부를 옮긴 데 이어 주변국의 갑부들도 속속 주소를 옮기고 있다.
이들에게 스위스의 가장 큰 매력은 낮은 세금. 유럽연합(EU) 한 가운데 섬처럼 떠 있는 중립국 스위스는 EU 회원국에 적용되는 조세 균등화 정책에서 자유롭다. 스위스가 마음 먹은 만큼 세금을 내릴 수 있는 데 반해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등 EU 회원국들은 '형평의 원칙'에 묶여 파격적인 세금 인하가 어려운 형편이다.
지난해 세계 최대 치과 기자재 회사 바이오 케어가 스웨덴 본사를, 최근에는 핀란드의 이동전화사 마이크로셀이 본사를 스위스로 옮겼다. 한때 유럽 내 외국인투자 선두를 달리던 네덜란드에서도 거대 소매유통 체인인 아놀드 NV가 지난해 재무본부를 암스테르담에서 제네바로 이동시켰다.
기업뿐이 아니다. 테니스 스타 보리스 베커는 지난 8월 자신의 스포츠 이벤트 및 선수 관리기업의 사업 등록지를 뮌헨에서 스위스의 추크로 바꾼 데 이어 9월에는 주소까지 옮겼고 이미 자동차경주 스타 미하엘 슈마허와 사이클 선수 얀 울리히, 축구감독 프란츠 베켄바우어가 스위스에 주소를 두고 있다.
세율 인하의 효과가 톡톡하자 스위스 내 각 지자체는 저마다 '세금 더 깎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실제 30년 전만 해도 가장 가난한 칸톤(주·州)이었던 중부 슈비츠는 감세 이후 등록 기업이 3배로 늘어나면서 7번째 부자 칸톤으로 급부상했다. 스위스는 연방정부 대신 26개 칸톤이 개인과 법인에 대한 소득세율을 정한다.
현재 재정순위 18위인 북부 샤우프 하우젠은 고소득 개인과 가구, 기업을 위한 감세 여부를 조만간 주민투표에 부쳐 2007년 재정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장 감세가 여의치 않은 쥐라와 발레 칸톤은 연방정부가 나서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겠다고 거들고 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제네바=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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