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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 깬 박세리 집중분석/"세리 요술" 비결은 로봇 스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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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 깬 박세리 집중분석/"세리 요술" 비결은 로봇 스윙

입력
2003.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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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4승 포함,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21승의 위업. 박세리(26·CJ)는 남자프로들과 '자웅'을 겨룬 SBS골프최강전을 통해 이 같은 명성이 결코 허명이 아님을 입증했다. 박세리 스스로 이번 대회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지만 일관된 스윙패턴, 침착한 코스 공략과 자기 관리 등에 대해 일반 골프팬들은 물론 국내 남자선수들이 오히려 더 값진 교훈을 얻었다.자신의 경기를 만들어라

박세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없이 자기만의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몇 안되는 선수 중 하나다. 그만큼 냉혹한 승부사의 기질을 타고 났다. 남자들과의 거리싸움과 여론의 높은 관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던 이번 SBS프로골프최강전에서 이 같은 장점은 더욱 빛을 발했다. "자기 시합에만 몰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는 것이 최종 라운드에서 박세리와 플레이를 펼쳤던 임형수(39)의 평가다. 동반 플레이어의 장타를 보며 힘이 들어가 샷을 망치거나 역으로 단타자의 정교한 샷에 장타자들이 무너지는 것이 골프의 요지경이다. 실제로 3라운드 파트너였던 이선호(27)는 "여자에게 질 수 없다는 생각에 버디를 잡으려고 무리하다가 오히려 보기 실수를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한결 같은 경기, 스윙호흡

어떤 환경에서도 자기 색깔대로 경기를 이끌어갈 수 있는 비결은 자기만의 경기 리듬과 템포에서 나온다. 현장 취재를 통해 지켜본 박세리는 어디에서든 마치 로봇과 같은 일정한 스윙패턴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김재열 SBS해설위원은 "프리 샷 루틴이 이루어지는 10∼15초 동안 박세리는 압박감을 물리치면서 집중력을 키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세리는 드라이버를 잡을 때는 반드시 스윙궤도 점검을 위해 테이크 백을 절반까지 취한 뒤 헤드로 두번 땅을 두드리고 샷에 들어간다. 또 아이언 샷을 할 때는 맨 손으로 스탠스를 잡고 연습 스윙을 한 뒤 클럽을 선택했다. 그린 위에서는 볼 뒤에서 라이를 읽으면서 연습퍼팅을 시도하는 이미지 샷 과정을 잊지 않았다.

철저한 코스 매니지먼트

박세리는 필드에서만큼은 탁월한 CEO(최고경영자)다. 정확한 상황파악과 리스크를 감안한 냉철한 매니지먼트를 통해 스코어카드에 흑자(언더파)를 실현했다. 이 같은 필드경영 능력은 자신의 한계를 벗어난 위기상황(남자코스)에서 절대적인 '수익원'으로 작용했다. 박세리와 라운딩을 했던 남자선수 모두 이구동성으로 박세리의 매니지먼트에 관해 "세계적"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국내 남자프로들은 벙커와 그린 경사 등 주변 위험에 개의치 않고 대부분 핀을 공략하는 것이 일반적. 이에 비해 박세리는 그린 중앙을 중심으로 퍼팅 공략이 쉬운 곳을 향해 안전하고 확실한 아이언 샷을 구사해 오히려 더 많은 버디 찬스를 만들어냈다. 임경빈 KBS해설위원은 "자기가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볼을 세울 수 있는 아이언 샷을 갖고 있는 박세리조차도 안전위주의 경기 운영을 하는 점은 특히 욕심만 앞세우는 아마추어 골퍼에게 좋은 귀감이 된다"고 말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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