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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사랑'/사랑? 어리숙하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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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사랑'/사랑? 어리숙하긴…

입력
2003.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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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한가지. 결혼할 상대가 미모이고 섹시하지만 천하에 둘도 없는 사기꾼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답변에 따라 코엔 형제가 각본을 쓰고 감독한 '참을 수 없는 사랑'(Intolerable Cruelty)이 다르게 다가온다.위대한 사랑의 힘이라면 설령 상대가 악마라도 천사로 바꿔 놓을 수 있다고 믿는 낭만주의자라면 이 영화가 더 할 수 없이 사랑스럽고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지만 제 정신이라면 그런 선택을 왜 하겠느냐고 반문하는 현실주의자에게는 상영시간이 괴로울 수 있다. 이 영화는 결코 현실이 아닌, 코엔 형제의 주장대로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에 걸맞게, 사랑에 대한 환상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자가 여자를 만난다. 남자는 이혼 전문 변호사로 지금까지 한 번도 패소한 적이 없는 백전불패의 능력 있는 사내다. 물론 미남이고 독신이다.

여자는 돋보이는 용모에 매력 넘치는 몸매, 우아한 품위를 갖추었다. 그런데 사기꾼이다. 돈 많은 남자에게 접근해 결혼한 뒤 남자가 바람 피우기를 기다려 꼬투리를 잡으면 가차없이 이혼소송을 진행해 모든 재산을 빼앗아 버린다. 한마디로 겉보기와 다른 무서운 악녀다.

두 사람은 여자의 이혼 소송에 얽혀 하필이면 적으로 만난다. 남자는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 여자의 사기극을 보기 좋게 깨뜨려 악연으로 끝맺지만 어디 코엔 형제의 영화가 그런가. 그냥 그렇게 끝나면 심심하니까 이야기가 보기 좋게 뒤집힌다.

남자는 여자에게 반해서 사랑을 느끼고 여자는 그런 남자를 유혹하는 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궁금한 것은 여자의 꿍꿍이속. 무슨 생각으로 남자에게 다가섰을까. 여기서부터 웃고 뒤집어지는 영화의 진짜 이야기는 시작된다.

"부자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는 코엔 형제는 이 영화에서 기존 작품과는 다른 화려함으로 승부한다. 로스앤젤레스의 부자 동네 베벌리힐즈와 환락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의 호사스러운 풍경, 의상, 소품 등 현란한 볼거리는 물론이고 조지 클루니, 캐서린 제타 존스 등 대형 스타들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영화의 겉 모습을 돋보이게 한다.

단순히 볼거리만 요란해 진 것은 아니다. 언제나 관객의 허를 찌르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영화적 재미를 선사했던 코엔 형제 특유의 재치와 블랙 유머는 변함없이 살아 있다. 결코 있을 법하지 않은 사랑이 큐피드의 화살 한 방에 불 붙고 어이없게도 천식을 앓는 킬러가 벌이는 좌충우돌 소동은 배를 잡고 웃게 만든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우연이 지배하는 이야기는 코엔 형제의 주장처럼 모든 사람들의 러브스토리로 공감대를 끌어내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너무나 현실적인 사람들이 비현실적인 사랑을 나누기 때문이다. 마치 냉소적인 '파고'와 환상적인 '위대한 레보스키'의 중간을 보는 듯하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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