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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현장/"광역도로 그물"에 갇힌 의왕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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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현장/"광역도로 그물"에 갇힌 의왕시

입력
2003.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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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 동(洞)에 공중(空中) 고속도로가 5개라니 말이 됩니까?" 경기 의왕시 청계동 주민들은 머리 위로 치솟은 교각만 보면 울화가 치민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와 의왕―과천고속화도로 등 2개 광역도로가 마을 위를 지나는 탓에 30m 이상 교각 22개가 에누리없이 마을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 "시커먼 분진 때문에 장을 못 담그고 소음 때문에 잠 못 든 지 오래"고 "교각 그늘 때문에 작황도 엉망인데다 겨울엔 빙판 사고가 다반사"라는 불평불만이야 일상이 된지 오래지만 최근 그 수위가 '생존권 비상' 차원으로 높아진 데는 사연이 있다.발단은 의왕시에 고속도로 4개와 호남고속철 등 5개의 광역도로교통망이 민간제안 또는 국책사업으로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들리면서부터. 이중 4개가 마을 위를 통과하게 될 청계동 주민 6,000여명은 "교각 80여 개가 추가로 들어서 교각 숲에 갇히는 꼴"이라며 반대하고 있고 다른 동 주민과 의왕시 역시 환경파괴와 도시기능 파괴를 들어 반발하고 나섰다.

현재 의왕시 위를 관통하는 광역도로는 3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가 청계·내손동을, 의왕―과천고속화도로가 청계·고천·내손동을, 영동고속도로가 부곡동을 가로지른다. 여기에 청계·고천·학의동을 지나는 제2의왕―과천고속화도로와 청계·학의동을 관통하는 제2경인고속도로 건설이 계획중이다. 또 청계·학의동을 지나는 학의―분당고속화도로, 호남선 고속철도, 수도권 서부고속도로 등이 의왕을 지나갈 예정이다.

전체면적이 고작 53.95㎢인 미니도시 의왕의 광역도로교통망 집중통과에 대한 고민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 89.5%로 실제 시가 지역이 10%(170만평)에 불과한데다 임야가 전체면적의 60.6%를 차지해 모락산 오봉산 등이 도시를 삼분한데서 비롯된다.

'뛰어난 자연환경'을 내세워 빈약한 시세(市勢)를 만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던 의왕시 입장에서 산을 뚫고 지역생활권을 갈가리 찢어놓는 광역도로교통망 계획이 달가울 리 없다. 더구나 정부의 175만평 그린벨트 해제 조정에 따라 최첨단 산업단지와 친환경 테마파크를 조성하려던 도시 발전 청사진 '의왕비전21'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위기감도 한몫하고 있다.

주민들의 반대 이유는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박용화(48)씨는 "현재 3개의 광역도로와 30년 동안 그린벨트 때문에 당한 고통으로 충분하다"면서 "환경파괴도 문제지만 고속철역은커녕 의왕으로 통하는 길 하나 없이 마을 위를 휙휙 가로지르는 도로가 반가울 리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급기야 주민들은 21일 시청 회의실에 모여 의왕을 관통할 5개 광역도로망 건설에 반대하는 '의왕 살리기 시민모임' 구성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최병길 위원장은 "건교부, 경기도, 민간 건설업체가 각기 추진 중인 5개 광역도로망 건설사업이 진행되면 의왕시가 공중 분해되고 청계산―광교산 한남정맥이 끊길 것"이라며 "시민 서명 운동과 항의방문 등 도로건설 반대 투쟁을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교통난을 덜기 위한 광역도로망 건설에 대한 반대가 자칫 지역이기주의로 내몰릴 위험이 있는 터라 이미 대안 논리도 마련했다. 시의회 박용철 의원은 "의왕―과천고속화도로 확장예산이 이미 잡혀 있기 때문에 제2의왕―과천고속화도로는 무의미하고 학의―분당 고속화도로는 성남쪽에서 제2경인고속도로와 접속하면 공사비를 줄일 수 있어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호남고속철 등 나머지 3개에 대해서도 주민 피해를 줄이는 쪽으로 대안 노선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 역시 도로 건설 반대를 위한 대응전략을 마련하고 시민모임을 지원하는 등 추진단을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아직 광역도로교통망 계획은 확정된 게 없지만 의왕 주민들의 반발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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