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조정은 기회?' 그동안 증시 상승을 '소 닭 쳐다보듯' 외면하던 개인투자자들이 최근 주가 조정을 틈타 기다렸다는 듯이 매수에 나서고 있다. '사상 최대 규모 연간 순매도', '10월 최장기간 연속 순매도' 등 연일 '굿바이 증시'를 외치던 개미들이 돌연 태도를 바꿔 3일 연속 순매수로 돌아섰다. 하지만 아직은 '입질' 수준일 뿐 풍부한 시중 유동성이 증시로 이동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외국인 주춤, 개인 입질
개인은 지난 주(10월23일) 종합주가지수가 급락하자 2,464억원을 순매수하며 10월 들어 14일간의 순매도 행진에 종지부를 찍었다. 추가 조정이 이어진 24일에도 개인은 1,883억원을 순수하게 사들이며 저가 매수에 주력했으며 27일에는 외국인들의 매도에도 불구하고 개인 매수로 지수가 오르는 '반란'을 주도했다.
반면 외국인들은 24일 2,000억원 가까이 순매도를 한데 이어 27일에도 890억원을 순매도, 그동안의 공격적인 매수행진이 주춤해진 모습이다. 한국투자증권 고창범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추세적인 차익실현에 나설 가능성은 적지만 국내 증시의 상대적 매력도가 낮아진 만큼 매수세는 당분간 둔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개인의 치고 빠지기
올들어 개인들은 외국인 주도로 장이 상승하면 주식을 내다 팔아 실탄을 확보하고, 외국인 매수세가 소강 상태를 보이면서 장이 급락하면 주식을 다시 주워 담는 단기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9월 말 주가가 700선 아래로 단기 급락하는 과정에서 발 빠르게 6,290억원을 순매수한 후 10월 상승장에서 다시 내다 팔아 짭짤한 재미를 본 '학습효과' 때문에 단타 성향의 개인 매수세가 재개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기존 투자자들의 치고 빠지기 식 매매만 지속될 뿐, 새로운 개인 자금이 증시로 들어오는 징후는 아직 없다. 주식형펀드에서 개인 환매가 계속돼 수탁고가 9조원대로 줄었고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 맡기는 고객예탁금도 9조∼10조원 사이를 맴돌고 있다.
유동성 장세, 부동산 대책에 기대
유동성 장세에 목마른 증권가는 정부가 29일 내놓을 부동산 대책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 한태욱 연구원은 "정부가 부동산 안정 대책과 더불어 증시 활성화 방안도 제시하는 만큼 정책의 강도에 따라 개인 자금의 증시 복귀 시기가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대한투자증권 소재용 연구원은 "강력한 부동산 대책이 나오더라도 가계부채 부담과 취약한 고용여건, 주식 참여도가 높은 40대의 소득 불안정성 등을 감안할 때 증시로의 자금 유입을 기대하기에는 아직은 무리"라고 전망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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