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TV 3사가 11월3일 일제히 가을 개편을 실시한다.KBS가 20일 2TV 공영성 강화를 앞세운 개편안을 발표한 데 이어, MBC와 SBS도 오락 프로그램을 대폭 손질하고 경제·시사 프로그램을 강화한 개편안을 내놓았다. MBC는 각 분야 유망주를 소개하는 '도전! 미래한국'(목 오후 7시20분)을 비롯해 11개 프로그램, SBS는 민간요법에 초점을 맞춘 '약이 되는 TV'(화 오후 7시5분) 등 13개 프로그램을 신설한다.
오락 프로그램 대변신
주말 버라이어티쇼를 폐지한 KBS의 뒤를 이어 MBC와 SBS도 주말 저녁에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등 오락 분야를 대폭 손질했다.
MBC는 '강호동의 천생연분'을 없앤 자리에 '진실게임'식의 심리 버라이어티쇼 '누구누구'(토 오후 6시5분)를 신설하는 한편, 오후 5시에는 신용불량자 문제를 흥미롭게 접근한 '행복주식회사'(사진 오른쪽)를 편성했다. 또 일반인의 신청을 받아 보고싶은 사람을 찾아주는 '꼭 한 번 만나고 싶다'(금 오후 7시30분)를 선보인다.
SBS도 시청자가 낸 퀴즈를 연예인이 맞히는 '서바이벌 창과 방패'(토 오후 5시·사진 왼쪽)와 추리 게임 '실제상황! 토요일'(토 오후 5시50분), 퀴즈 상금을 불우이웃 돕기에 쓰는 'TV장학회'(일 오후 7시) 등 3개 프로를 신설, 취약했던 주말 저녁시간대 경쟁력 높이기에 나섰다.
경제·시사 프로그램 강화
불황을 반영, 경제 프로그램이 부쩍 늘었다. MBC는 '행복주식회사'와 함께 어린이 대상 경제 프로그램 '나는야 경제박사'(금 오후 4시30분), SBS는 신용 회복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는 '신용사회 만들기'(목 밤 12시55분)를 선보인다.
시사·토론 프로그램 강화도 눈에 띈다. MBC는 '미디어 비평'을 '신강균의 뉴스 서비스'(금 오후 11시15분)로 간판을 바꾸고, 확대 개편한다. '생방송 이슈& 이슈'(일 오전 8시10분)도 50분으로 10분 늘렸다. 3사 가운데 유일하게 토론 프로그램이 없던 SBS는 'SBS 대토론'(금 밤 11시5분)을 월 1회 편성키로 했다. 또 각 분야 명사를 초청해 강의를 듣고 방청객과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 '오픈 스튜디오'(월∼금 오후 4시5분)를 신설한다.
MBC, 도올 특강 신설
MBC는 이밖에 내년 1월 도올 김용옥의 한국사상사 강좌 '우리는 누구인가'(월 오후 11시5분)를 신설한다. 이로써 김씨는 KBS EBS 등 지상파 TV 3곳에서 특강을 하는 전례 없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MBC는 또 '어른을 위한 동화'를 표방한 5분짜리 '한뼘드라마'(월∼목 밤 12시50분)를 마련했다. 감각적 연출로 많은 팬을 확보한 황인뢰 PD가 만든다.
SBS, 믿을 건 드라마뿐?
SBS는 드라마, 그것도 시트콤으로 승부하려고 작심한 듯하다. 일일 시트콤과 별도로 '세 친구'의 송창의 PD와 박상면―윤다훈 콤비가 호흡을 맞춘 주간 시트콤 '형사'(금 오후 9시55분)를 신설했다. 이에 따라 금요일 오후 8시50분부터 밤 12시15분까지 일일 시트콤과 일일 드라마, 주간 시트콤, 오픈드라마 등 드라마 네 편이 잇따라 방송된다.
연예인 말장난 벗어날까
신설 오락 프로그램 대부분이 경제 교육 등을 다루되, 연예인을 내세워 재미를 꾀하는 방식이어서 말장난에 의존한 기존 프로그램과 얼마나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김제동 유재석 남희석 등 인기 MC가 여기저기 얼굴을 내밀고, 내용이 엇비슷한 경우도 적지 않아 시청자들에게 혼돈을 줄 수도 있다. 개편에 즈음해 프로그램을 급조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새 형식의 프로그램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아쉽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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