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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 /교사에게도 숙제를

입력
2003.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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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면서 누구나 쉽게 빠질 수 있는 함정이 고립이다. 저마다 경험이 늘어갈수록 그 경험의 결과에 안주하기 쉽고, 그러다 보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울타리에 머물기 십상이다.스스로를 지식인이라고 생각할 수록 이러한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데 특히 나 같은 교사들이 그렇다. 각자 맡은 학급 아이들, 각자 맡은 교과목이 따로 있기 때문에 자기가 맡은 분야에 남들이 끼어 드는 것을 좀처럼 용납하지 않는다.

어디 그뿐인가? 요즘엔 진보적, 보수적 성향에 따라 또 저마다의 색깔 하나씩을 더 가지고 있으니 학교 내에서 아이들을 중심에 놓고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더욱 어려워지고 말았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걸 다 알면서도 학교 현장에서 누구 하나 선뜻 벽을 깨뜨리지 못하고 있다면 현실을 너무 절망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일까?

여기에서 탈피하기 위해 나는 2주에 한 번씩 동료 교사들과 함께 학급 운영을 주제로 토론하는 모임을 갖고 있다. 교사들에겐 각자 수업을 하면서 혹은 학급 운영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문제 상황들이 있다. 물론 상황에 대응하는 각자의 태도는 다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대응하는 방식에 대한 의문이다. 나름대로 갖고 있는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대응을 함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방법은 없을까, 또는 내 방식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이번 모임에서 우리는 각자가 가고 있는 길이 옳은지, 더 나은 방식은 없는지 도마 위에 올려놓고 함께 고민해보기로 했다.

나는 이 모임이 건설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바란다.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옳은지, 더 나은 방식은 없는지 서로를 분석하고 비판하며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선생님들이 자신의 고민을 토해내야 한다.

토해내는 것은 결국 글쓰기를 통해 자신들이 만나게 되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선생님들이 쓴 글이 화요일까지 모이면 그걸 모두 복사해서 나누어 가진 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눌 이야기 거리를 준비해 모임에 나오는 것이다.

이젠 선생님들을 귀찮게 하는 일만 남았다. 이런 저런 일들 때문에 부담스러운 일거리 하나 더 생겼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자신의 문제 상황을 구체적으로 드러내야만 주고 받는 이야기 속에서 작은 실마리 하나라도 찾아낼 수 있을 테니까.

내일도, 모레도 만나는 선생님들께 자꾸자꾸 숙제 이야기를 해야겠다.

/nmhnmh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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