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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탄 특검" 밀어붙이기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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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탄 특검" 밀어붙이기 통할까

입력
2003.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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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당시 SK비자금 100억원 유입으로 궁지에 몰린 한나라당이 27일 전면적이고 무제한적 특검을 대응 카드로 뽑아 들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뜻대로 특검이 쉽게 도입될 것이라는 시각은 많지 않다. 당장 '방탄(防彈) 특검'이 아니냐는 비판여론이 일고 있고, 다른 당들도 반대 일색이다. 현재로선 과반 의석을 가진 한나라당이 특검을 단독추진하느냐 마느냐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김용균 의원 등이 만든 한나라당의 특검법 초안을 보면 조사범위에 무려 8개 항목이 담겨있다. 크게 지난 대선자금과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을 두 축으로 삼지만, 실제론 참여정부 출범 이후 의혹사건 대부분이 수사 대상이다. 초안에는 SK비자금 2,392억원 사용처 현대 비자금 750억원 사용처 및 정몽헌 회장 강압수사 의혹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300억원 수수의혹 양길승 향응 금품수수 의혹사건 이상수 전 민주당 사무총장의 100대기업 모금내역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의 굿모닝시티 자금수수의혹사건 노무현 후보 돼지저금통 모금의혹 사건 등이 망라돼 있다.

이 같은 특검의 대상을 놓고 당내에서도 "하느님을 특검에 앉혀도 못할 일" ,"특검을 하자는 것인지 정치공세를 하자는 것인지…"라는 부정적 의견이 쏟아졌다. 김 의원은 "여야 협상과정에서 압축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며 어디까지나 초안임을 강조했다.

한나라당 당직자들도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음을 감지하고 있다. 홍사덕 총무는 "국민들 사이에 검찰이 야당만 뒤진다는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돼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의원들 사이에서는 "당지도부가 특검 카드를 너무 일찍 꺼내들었다"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김영일 전 사무총장 등 대선 당시 지도부에 대한 검찰의 소환이 임박한 상태에서 특검을 추진하는 바람에 수사에 대한 압력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당직자는 "최악의 시점에 특검 얘기를 해버렸다"면서 "검찰이 편파적인데도 도리어 검찰에 협조나 잘하라는 여론의 눈총을 받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정당들도 일제히 한나라당에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민주당의 입장도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한나라당은 특검 주장 이전에 대선 자금 전모부터 밝히라"는 것이다. 다만 정균환 총무가 "검찰수사가 미흡할 때는 국정조사와 특검을 도입하겠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해 정국상황에 따른 여지는 뒀다. 열린우리당은 물론 "한나라당의 특검 주장은 SK비자금 100억원에 대한 국민적 비난을 회피하려는 한나라당의 음모"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원기 창준위원장은 "한나라당의 어떤 주장도 국민으로부터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혹평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다른 당이 반대한다면 단독 처리도 불사하겠다는 뜻도 내비친다. 최병렬 대표가 이날 "4당이 합의하는 것도 합의지만 통과되는 것도 합의로 볼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홍 총무도 "합의 안되면 단독처리로 가야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그런데 단독처리는 노무현 대통령이 부담없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명분을 준다. 최 대표는 노 대통령의 26일 청와대 회동 당시 발언을 되새기며 "대통령이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때 특검 수용에 여지를 두는 듯했던 청와대측도 말을 180도 바꾸어 한나라당을 거세게 비판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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