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요구한 대선자금 특검과 관련, 유인태 청와대 정무수석의 '오락가락 언행'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유 수석은 27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 앞서 한나라당의 특검 주장을 "국면을 호도하기 위한 물타기용"이라고 깎아 내렸다. 바로 전날 밤까지만 해도 "특검을 통해 대선자금 문제를 모두 털고 가자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7월에 제안한 바 있는 '대선자금 공개검증'에 대한 화답"이라고 말했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특검에 대해 적극적 수용론을 펴던 것이 하룻밤 사이에 소극론 내지 비판론으로 바뀌었다.유 수석은 이에 대해 "특검의 대전제가 되는 정치권 합의 없이 불쑥 특검법안을 내놓겠다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SK비자금 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한나라당이 특검을 방패막이로 쓰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것은 유 수석의 말일 뿐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회의적인 목소리가 대부분이다. "한나라당이 그렇게 나올 줄 몰랐나","미리 간파하지 못한 것은 유 수석의 순진함이거나 미숙한 탓"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 수석은 '특검 적극론'을 펼치는 과정에서 노 대통령의 의중을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현재로선 특검 도입을 반대하고 있는 노 대통령의 뜻을 왜곡한 결과를 빚은 것이다.
한나라당의 의도를 선의로 파악했다거나 노 대통령의 의중과는 다른 말을 했다는 대목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한나라당이 주장하고 있는 '무제한적이고 전면적인 특검제'의 내용이 진짜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미칠 파장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한 흔적이 없어 보이는 것은 더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고민 없이 했다면 '한나라당의 공세에 대한 방어용'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유 수석은 "각 당이 대선자금 회계장부를 다 공개하고 특검 수사를 받으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비밀 장부'까지 꺼내놓을 당이 있을지는 지극히 회의적이다. 또 무제한적인 특검이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도 결코 가벼이 볼 수 있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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