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보유액이 과도한 수준으로 급증, 거시경제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1,500억달러에 육박하는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경제규모에 비해 과연 적정한 지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27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지난 15일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1,438억달러로 세계 4위. 당국이 환율 관리를 위해 달러를 매입하고 있는데다, 달러 약세로 달러로 환산한 유로화·엔화 보유액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유입과 경상수지 흑자기조로 외환보유액이 5개월째 사상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국제금융계에서는 한 나라의 적정 외환보유액 기준으로 3개월치 경상수입액에다 1년미만 단기외채,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3분의1을 합한 금액을 제시하고 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적정수준(약 1,400억달러)을 약간 상회하고 있다.
외국기관과 국내 일부 연구기관이 환율정책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일단 이 때문이다. 적정 수준 이상의 외환보유액 때문에 막대한 유지비용(달러 매입자금 조달 비용)이 들어가고, 이로 인해 통화정책 운용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은 통상 한국은행이 돈(본원통화)을 찍어 달러를 사거나 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발행, 조달한 원화로 달러를 사는 방법 등으로 이뤄진다. 본원통화를 동원하면 한은이 돈을 찍어 낸 만큼 다시 돈을 거둬들이기 위해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하게 되며, 이 경우 막대한 이자부담은 물론,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 통안증권을 계속 발행하는 악순환에 봉착하게 된다. 외평채를 발행하면 조달금리(외평채 이자)가 외환보유액 운용수익률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씨티은행은 이달초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외환보유액 유지비용은 GDP의 1.5%에 달한다"며 "이 같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과도한 외환보유액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시 된다"고 지적했다. GDP의 1.5%면 올해 경제성장률의 절반에 해당한다. LG경제연구원도 최근 낸 '환율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보고서에서 "올해 외평채 발행에 따른 손실만 수조원 될 것"이라고 밝혔다. 9월말 현재 통안증권 잔액은 101조2,000억원으로 올해 이자부담만도 3조7,0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정부는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다른 나라에 비해 결코 많은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 IMF지적은 미국 정부의 아시아 통화에 대한 평가절상 압력과 무관하지 않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재경부 당국자는 "GDP 대비 외환보유액 비중을 보면 한국이 30%로, 대만(67%), 홍콩(69%) 등 보다 낮다"며 "한국은 특히 북핵 위기라는 지정학적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지비용과 관련해서도 이 당국자는 "외환보유액으로 미 국채(2.7% 내외)뿐 아니라, 미국의 정부 보증채도 투자하고, 또 매매를 통해 자본이득도 얻고 있다"고 "외환보유액 운용수익률은 외평채·통안채 금리(지난해 이후 4∼6%)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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