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6일 교통사고를 당해 치료를 받던 중 26일 사망한 김용순 북한 노동당 비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최측근 가운데 한사람으로, 남북관계를 총괄했던 인물이다. 한때 권력서열 14위에까지 올랐던 그는 남북 장관급회담의 북측 단장인 김령성 내각 책임참사의 직계 지휘라인이면서, 동시에 민간 대북사업 주도자였던 현대의 실질적 파트너였다.김 비서의 사고 소식은 8월16일 도쿄신문이 "김 비서가 지난 6월 김 국방위원장의 황북 봉산군 염소농장 시찰을 수행한 후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쳐 뇌수술까지 받았다"고 전하면서 알려졌다. 김 비서의 사고 소식은 역시 일본 언론을 통해 보도된 김 국방위원장의 셋째 처 고영희의 교통사고설, 김 국방위원장의 와병설 등과 맞물려 북한 내부에서 치열한 권력다툼이 전개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하지만 정보기관 당국자들은 평소 술을 즐기던 김 비서가 음주운전 중에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1934년 7월 평남 평원군에서 태어난 김 비서는 김일성 종합대학을 졸업한 뒤 노동당 국제부 제1부부장과 국제부장을 거쳐 90년 5월 국제담당 비서로 승진했다. 김 비서가 대남사업의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92년 12월 대남담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에 임명되면서부터. 그는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출된 뒤 최고인민회의 통일정책위원장(93년 4월), 조평통 부위원장(93년 8월), 아태평화위 위원장(94년 7월)을 잇따라 맡으면서 대남분야 최고 책임자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구축했다.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에 앞선 환담자리에 유일하게 배석했고, 같은 해 9월에는 김 위원장의 특사로 남측을 방문했다. 또 2000년 5월 김 위원장의 방중을 비롯한 국내외 시찰에 거의 빠짐없이 수행했다.
남북 당국간 대화와 민간교류협력 전반을 책임져온 김 비서의 사망에 따라 후임자에 누가 임명될지와 남북관계의 향배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비서의 후임으로 꼽히는 인물은 림동옥 통일전선부 1부부장과 강관주 대외연락부장이다. 림 1부부장은 2000년 김용순 비서가 특사로 남한에 왔을 때 동행한 북한 대남정책 결정의 실무책임자로 통전부에서 잔뼈가 굵었으며, 강 부장은 통전부에서 일하다 97년 대외연락부장으로 승진한 인물로서 림 1부부장과 쌍벽을 이루는 대남 실무책임자다.
통일부측은 김 비서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의 전반적인 기조가 변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남북관계가 제도화 단계에 들어섰고 교통사고로 인해 그의 사망이 충분히 예견돼 왔기 때문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후임자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큰 틀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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