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한국으로 망명한 황장엽(黃長燁·사진)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27일(현지 시각)부터 워싱턴 방문 일정을 시작한다. 2001년 초 미국 방문 의사를 표시한 후 정부와의 숱한 줄다리기 끝에 이뤄지는, 망명 후의 첫 해외나들이다.황씨는 내달 4일께까지 머물다 다른 지역 방문 없이 귀국한다. 현재 공개된 일정은 황씨를 초청한 미 비정부 인권단체 '디펜스 포럼'(회장 수잔 솔티)이 주관하는 포럼 참석이 전부다. 그는 31일 낮 미 하원 별관에서 북한의 실태에 대해 연설하고 참석자들과 일문일답할 예정이다.
한미 당국은 서울에서 동행한 경찰과 미 국무부 경호 전담 요원들이 황씨를 24시간 밀착 보호하는 경호작전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미국 망명설도 나돌고 있지만 외교 소식통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워싱턴 소식통은 국무부의 존 볼튼 군축안보담당 차관, 제임스 켈리 동아·태담당 차관보를 비롯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방부 관리 등과의 면담이 예정돼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27일자에서 "황씨는 최근 인터뷰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하면서 북한과의 핵 협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며 "그러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북한의 핵 포기와 대북 안전보장을 바꾸기로 한 시점에서 그의 메시지는 철 지난 것일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비서가 경찰의 극비 보안 속에 27일 오전 11시께 인천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KE081편으로 미국 뉴욕으로 출국했다. 1997년 한국 망명 이후 처음으로 해외 여행에 나선 황씨는 이날 오전 8시께 공항에 도착했으나 출국수속은 이보다 1시간 가량 빠른 오전 6시55분께 외무부직원 김모씨의 명의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는 수속을 마친 후 수행원들의 철통 같은 경호 속에 공항 CIQ(세관·출입국관리·검역) 구역을 통과, 출발 30분 전으로 규정된 탑승시각보다 훨씬 이른 오전 10시15분께 기내에 먼저 탑승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 때문에 공항 주차장, 항공기 탑승구 등에서 대기했던 대다수 국내 취재진들은 황씨의 출국현장을 취재하지 못해 공항 관계자들과 한바탕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인천=이준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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