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 몇 년 전, 그는 아주 젊은 나이에 집안의 후광으로 고향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선거 하면 으레 먹자판이어서 시장 바닥에서 없앤 국수의 양념 간장만도 다섯 단지가 넘었다는 전설 같은 얘기가 있었다. 그렇게 국회의원이 된 다음 그는 임기가 끝나도록 입 한번 벙긋하지 못했는데, 마지막 국회에서 힘차게 손을 들고 딱 한번 이렇게 발언했다고 전해진다. "밥 먹고 합시다."물론 말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지어낸 얘기겠지만, 삼십 몇 년이 지난 다음 그는 다시 고등학교 동창인 실세의 입김으로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되었다. 그리고 요즘 어느 기업으로부터 받은 불법 선거자금 100억원 때문에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다. 간장 다섯 단지 없앨 때 그만뒀어야 했는데, "밥 먹고 합시다"는 말이 돌 때 그만뒀어야 했는데, 결국 그는 돈의 거물이 되어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는 발언까지 하게 되었다.
'밥'에서 '국민 여러분'까지, 그 발언 한 가지만 놓고 본다면 그는 참으로 전국적인 인물로 성장한 셈이다. 개천에서도 용이 나지만 때론 이렇게 간장 단지에서도 인물이 나는 법. 그게 인생이라면 참 쓸쓸하고도 시시하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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