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믿지 마세요' '그녀를 모르면 간첩' '그놈은 멋있었다' '내 사랑 싸가지' '내 사랑 일진녀'…. 영화 관계자들조차 헷갈리는 비슷비슷한 제목의 영화들이 잇달아 기획되고 있다. 10대 초반부터 20대 후반까지 젊은층을 겨냥한 영화는 대부분 인터넷 소설이 원작으로, 10·20대의 연애 사건을 줄거리로 삼고 있는 게 공통점이다.인터넷 소설가 귀여니의 두 편의 연애소설 '그 놈은 멋있었다'(감독 이환경·제작 BM, NT픽쳐스)는 송승헌 정다빈 주연으로 내년 2월 개봉 예정이고, 후편인 '늑대의 유혹'(감독 김태균· 제작 싸이더스)은 조한선 강동원 주연으로 내년 3월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강동원은 또 내년 1월 개봉 예정인 '그녀를 믿지 마세요'(감독 배형준·제작 시선)에도 캐스팅되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김하늘이 예쁜 사기꾼으로 나와 지방 유지 아들인 강동원의 얼을 빼놓는다는 얘기. 내년 1월 개봉 예정.
'내사랑 싸가지'(감독 신동엽·제작 포이보스, 제이웰 엔터테인먼트)는 고등학생 하영이 부잣집 대학생의 차를 손상, 노비계약을 맺으며 벌이는 티격태격 로맨틱 코미디로 역시 인터넷 소설가 이햇님의 소설이 원작이다. 역시 인터넷 소설이 원작으로 '짱'의 여대생 사랑하기 과정을 그린 '내 사랑 일진녀'(가제·감독 조창완·제작 미디어황제)는 내년 5월을 목표로 다음달 촬영에 들어간다.
패스트푸드점의 아르바이트생으로 '얼짱' 신드롬을 만들어낸 실제 얘기를 삼수생의 사랑 얘기로 극화한 '그녀를 모르면 간첩'(감독 박한준·제작 M3엔터테인먼트)은 김정화와 공유에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생이었던 남상미를 더해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수생은 요즘 영화의 주요한 컨셉이며, 가수이자 진행자인 이효리의 영화 데뷔작도 '삼수생 일기'다. 멜로 영화의 거장 곽재용 감독은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제작 아이필름)에 장혁과 전지현을 캐스팅, 내년 3월 개봉을 목표로 촬영에 들어갔다.
몇몇 영화를 제외하고 이름이 낯선 신생 영화사가 제작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화계의 새로운 진입자들은 인터넷 소설, 10대 로맨틱 코미디, 20대 초반의 주인공이라는 세가지 변수를 활용해 제작에 뛰어들고 있다. 10대를 겨냥한 로맨틱 코미디는 세계적인 추세지만, 비슷비슷한 영화가 내년 초 잇달아 쏟아질 경우 한국 영화의 경쟁력이 저하되리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신생 영화사나 배우 매니지먼트사의 영화사가 진입하며 예쁘장한 배우를 세우고, 그저 그런 경박한 이야기로 영화를 만들면 장사가 된다는 생각, 한마디로 영화를 우습게 아는 제작자들이 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물론 이것은 우려 섞인 예상에 불과하고, 작품의 완성도를 미리 점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들 영화의 제작사나 홍보사들은 영화 제목과 배우의 이름을 알리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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