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이 불법 영업으로 우리의 유일한 생계 수단을 빼앗는데 달리 방법이 있나요." 대한안마사협회 소속 시각장애인 안마사 100여명이 지난달부터 서울 시내 스포츠마사지 업체들을 찾아다니며 이색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징과 꽹과리를 동원해 스포츠마사지 업체 앞에서 시위를 하며 '불법 안마 행위를 중단하고 스포츠마사지 간판을 내리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아내고 있는 것.안마사들은 경기 불황에다 호텔마다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는 스포츠마사지 업체가 과거 증기탕처럼 불법 안마 영업을 하고 있어 생계가 위협 받고 있어 '생존 시위'에 나섰다고 주장한다. 실제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 '안마사 자격을 인정 받지 않고 영리를 목적으로 안마 행위를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의료법 제67조가 위헌이 아니라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대한안마사협회 강용봉(43) 사무총장은 "헌재 결정이 났는데도 경찰과 구청이 적극 단속에 나서지 않아 스포츠마사지, 발 마사지 등 불법 안마 행위를 하는 업체들이 오히려 증가, 생존권 보호차원에서 직접 시위를 벌이며 영업 포기 각서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마사들의 공격 타깃이 된 스포츠마사지 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간판을 바꿔 달거나 영업장을 폐쇄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써주고 있지만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서울 E호텔 스포츠마사지 업체 대표 최모(54·여)씨는 "최근 안마사들의 협박에 못이겨 200만원이나 들여 간판을 '스포츠마사지'에서 '증기탕'으로 바꿨다"며 "불업 영업의 원조격인 안마시술소가 우리의 불법 행위를 문제삼으면 결국 경찰 단속으로 모두 공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호텔 스포츠마사지 업체에서 이뤄지는 안마와 윤락, 안마시술소에서의 윤락은 모두 불법이지만 워낙 증거를 잡기가 힘들어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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