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만 종이 넘게 쏟아지는 국내 신간 중 3분의 1은 번역서다. 그럼 외국에 수출되는 우리나라 책은 얼마나 될까. 최근 2년간의 저작권 수출은 100여 권으로 이제 막 시작 단계다. 결국 번역서 신간 대 저작권 수출의 대비는 어림잡아 무려 200대 1, 지독한 무역 역조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가 세계 8위 출판 대국이라지만, 내수시장만 그만큼 커진 것일 뿐, 해외시장 진출에서는 우물 안 개구리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출판 수출을 늘리고 내실을 다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출판연구소는 28일 오후 2시 출판문화회관에서 '우리 출판의 해외 진출, 그 비전과 과제'를 주제로 포럼을 열어 그 방안을 모색한다. 출판평론가 표정훈씨가 '국내 출판 저작권 수출의 현황과 활성화 방안'에 대해, 저작권 에이전트 이구용(임프리마코리아 에이전시 부장)씨가 '실무 노하우'에 관해 발표하고 토론으로 이어진다.
미리 배포한 자료에서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기획'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출간 이전부터 수출을 염두에 두고 필자 선정, 해외시장 조사, 에이전시와 의견 교환, 외국 출판사 섭외와 해외 홍보, 마케팅의 전 과정에 걸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기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표정훈씨는 "한국문화 홍보 차원에서 한국번역문화원 등이 해외 번역출간을 지원하는 현행 방식으로는 해외시장에서 우리 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고 지적하고 "상업적 차원에서 외국의 유력 출판사가 우리 책을 내야 본격적인 진출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한 제도적 방안으로 그는 해외 진출에 필요한 지식, 정보, 인적 자원 등을 하나로 연결하는 인프라를 구축해 출판계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한다. 예컨대 가칭 '한국출판종합정보망'을 온·오프라인 차원에서 만드는 대형 프로젝트를 검토할 만 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참고할 만한 외국 사례로 그는 영국문화원의 글로벌 출판 정보(GPI) 시스템과 프랑스 문화부의 '프랑스 에디시옹'을 소개한다. 영국문화원은 GPI를 통해 세계 출판시장 정보를 영국출판협회에 제공하는데, 이때 관련 통계는 영국 무역·산업부가 정리한다.
우리 식으로 바꾸어 말하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재외공관, 산업자원부가 협력해 출판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셈이다. 250여 프랑스 출판사로 이뤄진 '프랑스 에디시옹'은 도서 관련 각종 국제 행사에서 프랑스 책을 전시·홍보 하는 일 외에 매년 60여 개의 도서 관련 행사를 주최한다. 프랑스 에디시옹의 인터넷 홈페이지는 자국 책을 해외에 소개하고 저작권 계약에 필요한 실무 정보까지 제공함으로써 해외진출을 위한 포털 사이트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해외 프랑스 도서 전문가 네트워크도 만드는 중이다.
실무 노하우와 관련, 이구용씨는 미국과 유럽 시장은 아직 벽이 높기 때문에 먼저 아시아를 공략하는 게 무난하다고 말한다. 지난 한 해 동안 임프리마코리아를 통한 저작물 수출은 일본이 45%로 가장 높고, 이어 대만 27%, 중국 18% 순이며, 올해 들어서는 중국이 일본을 앞지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르별로는 이은성의 '동의보감', 최인호의 '상도' 등 소설이 45%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만화 27%, 어학 9%의 순이다. 특히 소설은 영화나 TV 드라마의 원작이거나, 영화나 드라마의 각본을 소설화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는 나라마다 관심을 기울이는 우리 책의 종류가 다르므로, 그에 맞게 전략을 짜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예컨대 중국은 아동물, 특히 학습만화를 선호하는 반면 일본은 북한 관련서에 남다른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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