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동독 공산당의 후신인 민주사회당(PDS)이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생존을 위해 '자본주의 체제 부정'과 '순수 사회주의 표방'이라는 깃발을 내리고 26일 수정된 새 강령을 채택했다. 이로써 의회의 넓은 이념적 스펙트럼으로 다른 국가의 모델이 되기도 했던 전통적인 독일의 정당정치체계가 새 틀을 짜게 될 것으로 보인다.1990년 독일통일 후 사라진 동독의 사회주의통일당을 계승한 민사당은 초기에 동독 지역에서 높은 지지를 얻었다. 이후 36명의 연방하원의원을 확보하고 동독 지역 지방 선거에서 1, 2위를 차지하며 사회민주당과 연립 정부도 구성할 정도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받아 지난 해 총선에서는 2명의 연방하원의원을 내는 데 그쳤고, 사실상 중앙정치 무대에서 퇴출 됐다. 민사당 강령 개정은 이 같은 현실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실행된 것이다.
이는 현 독일 집권당인 사회민주당의 고데스베르크 선언 과정과 유사하다. 19세기 말 마르크스주의 혁명 정당으로 시작한 사민당은 여러 차례의 내부 노선 투쟁 끝에 1959년 고데스베르크 당대회를 기점으로 정통 마르크스주의의 가치를 포기했다. 이렇게 자본주의 의회 정치 속으로 편입한 사민당은 그 후에도 계속 좌파 정당으로서의 이념을 하나씩 버려나갔다.
현재 사민당은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의 집권이후 '신중도' 노선을 표방, '무늬만 좌파 정당'으로 탈바꿈해 있는 상황이다.
/김이경기자 moonligh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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