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을 관할하는 경찰서장이 최근 잇따르고 있는 노동자들의 자살 기도가 기획된 데 따른 것 아니냐는 취지로 발언해 물의를 빚고 있다.서울 영등포경찰서 김성훈(41·총경) 서장은 27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요즘 감이 좋지 않다"며 "과거 학생운동이 거셀 때를 생각해보면, 요즘도 위쪽(노동계 지도부)에서 기획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김 서장은 이어 "분신한 전태일씨의 경우와 달리 지금 상황이 그토록 극한 상황까지는 아니며, 시기적으로나 시대적으로 자살이 잇따를 때가 아닌 데도 이런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데는 다른 게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서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민주노총 손낙구 교육선전실장은 "노동자의 자살 기도는 임금과 퇴직금, 신원보증인의 재산 가압류 등 정부와 사용주의 노동탄압에 항의하는 최후의 선택인데, 경찰 간부가 하나 뿐인 생명을 놓고 그렇게 말할 수 있느냐"며 "잇따른 자살 기도가 기획됐다는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을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이날 성명을 내고 "김 서장의 발언은 노동자의 죽음을 욕되게 하고 노동운동을 매도하여 국민적 불신을 야기할 수 있다"며 "김 서장은 노동자에 머리 숙여 사죄하고 정부는 그를 엄중 문책하라"고 촉구했다.
김 서장은 파문이 확산되자 "과거는 노동문제와 민주화 운동 차원에서 분신 등이 발생했는데 최근 들어 왜 자살이나 분신이 많은지에 대해 원인 등을 심층 분석, 기사화를 해보라는 개인적 아이디어 차원에서 이야기를 한 것일 뿐"이라며 "현상황에 대해 정확한 원인을 알지도 못하고 알 만한 입장도 아니다"고 해명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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