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SK 비자금과 의혹성 자금 전체에 대한 무제한 특검 주장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한나라당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비자금의 실체적 진실을 공개하고 검찰 수사에 협조, 이를 검증받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미진한 부분이 있으면 특검을 하자고 하는 게 옳은 수순이다. 수사가 본격화 된 사안에 대해 검찰이 편파수사를 할 것이라는 예단 아래 미리부터 특검을 요구하는 것은 수사의 칼날을 피해보자는 잔꾀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한나라당은 SK 비자금 사건에 관한 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처지다. 수수 자체를 부인했다가 검찰이 꼼짝할 수 없는 증거를 들이밀자 뒤늦게 시인했고, 최돈웅 의원을 통해 진상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마저 받고 있다. 최병렬 대표는 대변인을 통해 간접사과를 했다가 27일에는 "명백하게 잘못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석고대죄를 드린다"고 직접 사과했다. 하지만 자금의 흐름을 알고 있는 김영일 전 사무총장은 "사용처를 밝힐 수 없으며 무덤까지 가지고 가겠다"고 완강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최도술씨와 민주당에 대한 수사가 미흡하다는 불만을 가질 수 있다. 또 최 대표 주장처럼 "역대 모든 대선이 그랬고, 지난해 대선자금의 불법시비에서 자유로운 후보나 정당은 없다"는 얘기도 옳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SK 비자금에 대한 한나라당의 책임이 가벼워지고, 무제한 특검이 당위성을 갖는 것은 결코 아니다. SK 비자금에 대한 수사를 철저히 하는 것과 대선자금 문제에 대한 포괄적 해법을 추진하는 것은 별개의 사안이다.
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과 검찰에 최씨와 민주당에 대한 엄정 수사를 촉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무제한 특검을 들고 나오는 것은 정략적 이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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