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종합 비타민을 하루에 한알씩 거르지 않고 먹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20∼30대 젊은이 중에는 손가방에 늘 비타민을 챙겨 가지고 다니는 '포터블(portable) 비타민족(族)'도 적지않다. 덕분에 비타민시장이 급신장하며 정제나 과립, 액체 형태의 비타민제뿐만 아니라 바르는 비타민제까지 등장했다.필수 영양소를 주기적으로 재심사하는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 식품영양위원회는 '식사를 잘하고 종합비타민을 복용하라'고 권장한다. 전문가들도 "비타민과 미네랄의 섭취 권장량이 100% 함유된 종합비타민을 복용하는 것은 간단하면서도 저렴한 비용으로 '영양 보험'에 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비타민을 먹는 것이 최선일까. 물론 아니다. 넘치면 부족한 것보다 못한 것이 세상의 진리다.
왜 먹어야 하나?
비타민은 각종 대사에 관여해 신체 기능을 조절한다. 에너지원은 아니다. 호르몬과 비슷한 작용을 하지만 호르몬과 달리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섭취해야 한다. 비타민은 소량만 있어도 충분하다. 그러나 필요량이 공급되지 않으면 체내 영양소 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의 3대 열량소가 체내에서 정상적으로 에너지를 내려면 비타민의 도움이 필요하다.
요즘 비타민 섭취를 강조하는 이유는 현대인들이 섭취한 비타민을 체내에서 다른 이유로 잃어 버리기 때문. 담배 한 개비를 피우면 100㎎의 비타민C와 알파-토코페롤(비타민E)이 손상된다. 스트레스를 받아도 비타민A가 줄어드는 동시에 T-임파구 생성을 막아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술을 많이 마시면 비타민B군과 비타민C가 줄어든다. 이런 이유로 인해 비타민이 손상되면 체내 영양소 대사가 원활하지 못하게 되고, 각종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어느 때 어떻게 먹나?
하루 두 잔 이상의 술을 마시면 결장암에 걸릴 위험이 2배나 커진다. 또 여성이 매일 술을 마시면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40%나 증가한다. 매일 마시는 맥주 한잔, 와인 한잔도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이 때 비타민B를 하루 400∼600㎍을 복용하면 결장암과 유방암의 위험이 낮아진다. 오렌지 주스나 시금치를 먹어도 되고, 비타민제로 섭취해도 된다.
최근 각광 받고 있는 걷기는 건강에 좋은 운동이지만 골밀도를 높이는 데에는 별 효과가 없다. 이는 수영, 자전기 타기 등과 같은 저강도 운동도 마찬가지. 골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달리기나 축구, 줄넘기 등과 같은 하중 운동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저강도 운동으로 건강을 다지려면 매일 칼슘을 보충하는 게 좋다. 특히 골다공증에 걸릴 위험이 높은 중년 여성에게는 필수적이다.
한국인의 하루 칼슘 권장량은 하루 700∼1,000㎎이지만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한국인은 권장량의 75%도 섭취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골다공증 위험이 높지만 운동하지 않는 중년 여성은 칼슘과 함께 칼슘 흡수율을 높이는 비타민D를 섭취해야 한다. 반면 '운동 과다증'인 사람은 비타민E를 먹는 게 좋다. 지나친 운동은 인체에 활성산소를 많이 만들어 노화를 촉진하는데 비타민E는 활성산소를 제거한다.
깨끗한 피부를 원하는 여성에게 꼭 필요한 것은 비타민A(레티놀). 이 비타민은 각종 감염으로부터 저항력을 유지하고 항산화 작용을 통해 피부 노화를 억제한다.
비타민C는 '스트레스 비타민'으로 불린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비타민C가 파괴되기 때문이다. 백혈구에 비타민C가 부족해지면 면역력도 떨어져 질병에 취약해진다. 따라서 비타민C를 하루 250∼500㎎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비타민C는 기미, 주근깨 치료에 효과가 좋고 피부 탄력 유지에 도움이 된다.
비타민C와 더불어 대표적인 항산화 비타민인 비타민E(토코페롤)는 노화와 치매를 예방하고 피부 탄력 유지에 도움이 된다. 혈전(피떡)을 없애는 작용도 있어 혈관 내에 노폐물이 쌓이지 않게 해주어 심장질환 예방에도 좋다. 그러나 몸에 축적되는 지용성 비타민이어서 하루 1,200㎎이상 섭취하지 말아야 한다.
과잉 섭취는 역효과
부작용이 별로 없는 비타민도 과잉 섭취하면 좋지 않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인간건강센터 소장인 벤자민 카발레로 박사는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문제는 비타민 결핍이 아닌 과다 복용"이라고까지 말한다.
실제로 비타민E 보충제를 과다 복용하면 심장발작이나 쇼크를 일으킬 수 있다. 출혈때 혈액응고가 잘 되지 않는다는 보고도 있다. 미국 국립관절염연구소 조안 맥고안 소장은 "비타민A는 지방으로 축적될 가능성이 높고, 많이 섭취할 경우 골다공증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또 비타민B6를 지나치게 섭취하면 신경염으로 감각을 잃거나 행동이 느려질 수 있고, 비타민D를 약물을 통해 많이 섭취하면 칼슘 흡수를 지나치게 촉진해 칼슘혈증, 고칼슘뇨증, 신장결석 등의 부작용이 생긴다. 비타민K도 과잉 섭취하면 황달이나 용혈성 빈혈이 생길 수 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도움말=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유준현 교수, 한국비타민정보센터 윤연정 실장, 강남베스트클리닉 이승남 원장>도움말=삼성서울병원>
13종 국제 공인… 지용성은 몸에 저장
비타민(vitamin)이라는 말은 1911년 미국의 생화학자 펑크가 라틴어 'vita(생명)'와 'amin(질소를 함유한 복합체)'를 결합시켜 만든 것.
비타민은 자연계의 식품 중에 미량으로 들어 있는 유기화합물로 생명의 정상적인 대사에 필요한 영양소. 비타민은 우리 몸에서 생성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외부로부터 음식이나 영양제 형태로 섭취해야 한다. 사실 대다수 건강한 사람들은 균형잡힌 식사를 통해 음식으로부터 필요한 비타민을 보충하기 때문에 영양제를 따로 먹을 필요가 없다.
현재 13종의 비타민이 국제적으로 공인돼 있다. 이 가운데 4가지 비타민(A,D,E,K)은 우리 몸의 지방세포에 저장되는 '지용성 비타민'이며, 나머지 9가지 비타민은 '수용성 비타민'으로 우리 몸에 저장되지 않는다. 수용성 비타민으로는 비타민C를 비롯해 B군인 티아민(B1), 리보플라빈(B2), 피리독신(B6), 나이아신, 판토텐산, 엽산, 바이오텐, 시아노코발아민(B12) 등이 있다.
우리 몸 안에 이런 비타민의 일정량이 존재하는데, 남아도는 수용성 비타민은 소변으로 배설되며, 지용성 비타민은 과다하게 복용하면 우리 몸에 저장된다. 지용성 비타민을 장기적으로 과량 복용하면 인체에 유해하다.
/권대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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