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통팔달의 교통망, 드라마 야인시대 촬영장과 상설 동춘서커스장, 넓은 녹지공간을 갖춘 호수공원, 대형 쇼핑몰…. 94만평 공간에 1만7,000여 가구가 입주한 부천 상동은 수도권 서북부 지역 최대 주거지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신도시다. 그러나 저문 뒤의 상동은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이 춤추는, 향락과 환락의 '신천지'로 변모한다. 급기야 주민들이 시·구의 무분별한 허가와 무책임한 방관에 분통을 터뜨렸다.향락의 밤 상동신도시
밤의 상동신도시는 술집과 유흥업소로 불야성이다. 간선도로를 따라 늘어선 8∼10층 상가 건물들은 울긋불긋한 네온사인과 간판으로 어지럽다. '룸살롱' '미시클럽' '성인 노래방'을 선전하는 이동 간판들은 인도를 막아섰고, 도로 한 켠에는 술집 간판을 얹은 차들이 줄줄이 서 있다.
15일 자정 상동신도시 중앙로 네거리의 대형 패션아웃렛 매장. 1층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30, 40대 취객들과 중년 주부들이 몰려서 있다. 건물 9, 10층에서 성업중인 대형 나이트클럽으로 향하는 손님들이다. 7월 중순 문을 연 이 업소는 규모가 4,000평이 넘어 동양 최대의 나이트클럽으로 불린다. 첨단시설까지 갖춘 데다 '물좋은 곳'으로 알려지면서 서울 등지서 원정오는 손님들도 적지 않다. 20대 초반의 남자 종업원은 "부킹 100%에 시설도 좋아 평일에도 항상 만원"이라고 자랑했다.
인접한 건물들도 퇴폐향락업소 일색이다. 층별로 나이트클럽과 룸살롱, 스탠드바, 사우나, 성인오락실, 스포츠마사지실, 노래방 등이 입주해 '원스톱 환락시스템'을 구축한 빌딩도 있다. 포장마차 주인 김모(43)씨는 "상동신도시내 20여 곳의 상가 건물 중 상당수가 단란주점이나 카페, 룸살롱 등으로 채워지고 있다"며 "원정 손님들이 많고, 장사도 잘되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오피스텔 등 불법영업도 극성
지난해 3월 입주 시작 이후 상동신도시에는 대형 나이트클럽 3곳을 비롯, 룸살롱 등 술집 40곳, 노래방 50곳, 심야이발소 10곳, 대형사우나 7곳이 성업중이다.
급기야 오피스텔과 원룸마저 불법 퇴폐행위에 가세,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심야 술집을 나온 20대 초반의 여자 종업원과 정장차림의 중년 남성들이 무더기로 봉고차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하는 모습은 흔한 풍경. 이들이 내리는 곳은 근처 오피스텔 건물 앞이다. 술집에서 소위 '2차'를 나가는 광경이다. 오피스텔을 이용하는 이유는 인근에 러브호텔이 없기 때문. 부천시는 러브호텔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을 의식, 올해부터 주거지역 300m 이내 숙박시설 신축을 불허하고 있다. 룸살롱 종업원 박모(24)씨는 "손님들은 대부분 2차를 원하는데 여관이 없어 생각해 낸 것이 미분양된 오피스텔과 원룸"이라며 "오피스텔 10개를 임대해 2차 장소로 활용하면서 손님이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브호텔 논란도 재연될 전망이다. 건축주들이 러브호텔 허가가 나지 않자 객실 100개 이상의 관광호텔 허가를 지난해부터 경기도에 신청, 이미 5곳에 대해 사업승인이 났기 때문이다. 최근 1곳은 영업을 시작했다.
주민들 "자정" 팔 걷어부쳐
사태가 악화되자 주민들이 주거환경에 악영향이 우려된다며 유흥업소 허가 축소 등을 부천시와 원미구에 강력 촉구하고 나섰다. 상동신도시 입주자 대표들은 최근 원미구청장을 만나 유흥업소 허가를 대폭 줄여줄 것 오피스텔 등의 불법영업을 강력 단속할 것 네온사인과 간판 점등시간을 제한하거나 조도를 낮춰줄 것 등을 요구했다.
상동신도시 아파트 입주자 대표 연합회 이범덕(44) 회장은 "유흥업소가 급증해 주거 및 교육 환경을 저해하고 있는데 행정기관은 뒷짐만 지고 있다"며 "유흥업소의 불법 퇴폐행위 근절을 위해 대규모 시위 등 실력행사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주부 박선영(36)씨는 "향락업소들이 독버섯처럼 늘어나고 있어 아이들 교육을 위해 다시 서울로 이사할 것을 고려 중"이라며 "행정기관의 강력한 제재가 없으면 상동신도시도 환락도시의 불명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천=송원영기자 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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