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은 불량품인가어느 중소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경영은 어렵고 사원들은 말을 안듣고, 너무 괴로워 속세와 멀리 떨어져 있는 깊은 산사(山寺)를 찾아갔다. 밤샘기도를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를 만난 주지 스님의 한 말씀.
"사장 노릇을 하면서 어떻게 업장을 소멸하고 성불(成佛)하기를 바라시오? 아마 힘들 거요."
사장이라니까 아예 불량품 취급을 하는 눈치였다. 그 CEO는 오랫동안 고민했다. 사장이란 직업은 결국 업장소멸도 못하고 성불도 못할만큼 고약하고 죄짓는 직업인가 괴로워했다. 그러다가 무릎을 쳤다. 스님이 사장 노릇은 하되 죄짓지 말고 하라는 거로구나로 해석했다. 그만큼 사장에 대한 인심은 곱지가 않다.
많은 CEO들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금문제 사람문제로 고민이 많다. 그런데 가장 큰 고민은 사원들에게 씹히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만두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사장은 자나깨나 고민이고 꿈속에서도 고민이다. 요즘처럼 불경기가 닥치면 잠을 이루지 못하고, 나이 40대 초반에 고개 숙인 남자가 되어 아내에게 꼬집히며 사는 사장도 있다.
사원은 천국, 사장은 지옥?
서울이고 지방도시고 간에 직장인이 많이 몰리는 술집에 가보면 대한민국 직장인의 술버릇이 얼마나 야릇한지 알 수 있다. 술을 마시되 안주 없이 마신다. 안주는 주로 사장이다. 상사나 회사도 좋은 안주감이다.
그러나 직장인은 알아야 한다. 사장은 '오징어365'가 아니다. 일년 내내 오징어처럼 사원들의 입 속에서 씹히는 존재가 '오징어365'다. 자칫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보다 더 끔찍한 일이 닥칠지도 모른다는 예감에 젖어 있는 사장들은 술자리에서도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런데도 자신이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사원들에게 씹힌다. 사장을 사랑하면 배냇병신이나 되는 줄로 아는 직장인도 있다.
그러나 사장에게도 씹히지 않을 권리와 자유가 있다. '직장인이 가진 인권 사장도 한몫'이다. 직장인 출신의 모든 CEO들이 한결같이, 그리고 한숨 섞어 말하는 것을 들은 일이 있는가?
"사원은 천국이고 사장은 지옥이다."
사장입장에서 생각해보라
기업인은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이다. 돈을 버는 것이 기업의 첫 번째 이념이지만, 기업 활동의 결과는 살기 좋은 세상 만들기다. 기업에 대한, 또는 사장에 대한 인식이 바뀔 때가 되었는데도 사장은 아직 '오징어365'신세다.
개혁의 꿈에 불타는 사람들은 언론, 정치판, 운동권 등으로 진입한다. 그러다가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돈이 많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기업인으로 변신하는 경우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사장 입장에 서보라. 내가 사장이 되면 사원들에게 어떻게 해주겠다는 구체적인 리스트부터 작성하라. 사랑받는 사장 되는 리스트다.
보너스, 해외 여행, 한 달에 한번씩 사원부부 초청의 날 등 사원복지 문제, 자질향상을 위한 사원교육, 공정한 인사정책 등 사장 입장에서 기록해 보라.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회사가 어느 정도 발전해야 할 것인가, 사원들은 현 시점에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적어보라.
한 달에 한 번씩 '내가 사장의 날'을 정하여 각자가 자신의 사장 철학을 발표하고 제일 잘 한 사람에게 시상도 하라. 단 그 날부터 사장을 '오징어365'에서 해방시켜야 한다.
/컬럼니스트 smileok@knm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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