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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현대 한국시리즈 우승/시작도 정민태, 끝도 정민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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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현대 한국시리즈 우승/시작도 정민태, 끝도 정민태

입력
2003.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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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현대와 SK의 한국시리즈 7차전 5회초가 끝난후 1루쪽 현대의 투수대기실에 일순간 긴장이 감돌았다. 1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선발 정민태(30)가 갑작이 오른쪽 허벅지에 쥐가 나 통증을 호소했기 때문이었다. 사색이 된 김시진 투수코치는 정민태와 잠시 귓속말을 주고 받은 후 트레이너를 불렀다. 영문도 모른 채 불려온 트레이너는 바늘 하나를 꺼내 정민태의 오른쪽 허벅지 뒤쪽을 무려 6번이나 찔렀다. 흘러내리는 검붉은 피를 닦아낸 후 허벅지에 압박붕대를 칭칭 동여맨 정민태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마운드에 다시 올랐다.6회초 김 코치가 못내 불안한 듯 마운드에 올라가 "정말 계속 던질 수 있느냐"고 묻자 "오늘 경기는 끝까지 내가 책임지겠다"는 말로 김 코치를 안심시킨 정민태는 이후 역투에 역투를 거듭했다. 팀이 7―0으로 앞선 9회초 1사후 양현석에게 내야안타를 맞았으나 후속타자 이진영을 병살타로 잡아내는 순간 마운드에 선 정민태는 두손을 불끈 치켜들었다. ★관련기사 B15면

한국시리즈 사상 6번째인 정민태의 2안타 완봉역투에 힘입어 현대가 7―0으로 이기고 1998년 2000년에 이어 통산 3번째 한국시리즈 패권을 차지하는 순간이었다. 1,4차전에 이어 '마지막 승부'에서 팀을 승리로 견인하며 4승중 3승을 따내 98시즌에 이어 개인통산 2번째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정민태는 "이제는 정말 홀가분하다"는 말로 기쁨을 대신했다.

2000시즌이 종료된 후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진출한 정민태에게 2년간의 일본생활을 참담하기 짝이 없었다. 한국 최고투수라는 자존심을 안고 현해탄을 건넜지만 '보이지 않는 차별'에 2군을 전전하다 올 시즌 초 국내무대에 복귀했을 때의 일이다. "일본에서 한국야구를 망신시킨 주제에 연봉을 5억원씩이나 받는게 말이 되느냐"는 일부 야구인들의 말을 전해들은 그는 절친한 지인들에게 "올 시즌에 투수 정민태의 자존심을 반드시 세우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구단은 잘해야 10승 정도라고 판단했지만 정민태는 17승으로 다승왕에 오르며 선발 21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팀을 정규시즌 1위에 올려놓은 그는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일본에 진출할 때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정몽헌 구단주의 묘소를 찾아 "반드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겠다"고 또 다른 다짐을 했다. 혹시 젊은 후배들이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긴장감이 떨어질까봐 김재박 감독에게 합숙훈련 기간을 늘리자고 제안했던 것도 그였다.

소잔 1잔도 마다할 정도로 술하고는 거리가 멀지만 축승회에서 폭탄주를 6잔이나 들이킨 그는 26일 집으로 돌아가면서 "당분간 야구생각을 접어두고 시즌 내내 아빠 얼굴도 못본 아이들과 맘껏 놀겠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정연석기자 ys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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