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유례없는 저금리 기조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사의 현금서비스 수수료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할부금융이나 상호저축은행 금리 수준인 '30%'대에 육박하고 있다. 주요 카드사들이 경영부실을 만회하기 위해 당분간 추가적인 수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어서 급전을 찾는 서민들의 부담이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26일 카드업계의 현금서비스 수수료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20% 안팎이던 전업 카드사들의 수입수수료(실제 집행된 현금서비스의 평균 수수료)가 올들어 9월말 현재 많게는 29%까지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카드사들은 특히 일반에 공시하는 수수료율 자체는 소폭 인상했지만, 대부분 선이자 개념의 '취급수수료'를 신설하는 방식으로 실제 수수료를 크게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취급수수료는 현금서비스를 해주면서 카드사가 이용액의 일부(통상 0.4∼0.5%)를 선이자 개념으로 받는 것으로, 연리로 환산할 경우 2.3∼4.6%의 수수료 인상효과가 있다는 게 금감원의 분석.
이 같은 취급수수료 환산금리를 반영했더니 지난해 12월 20.9%를 받던 LG카드의 수입수수료율은 올 9월말 28.6%로 껑충 뛰었고 삼성(20.7%→28.2%), 국민(20.4%→26.7%), 우리(21.4%→27.3%) 등도 불과 9개월 사이에 6∼7% 포인트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초만해도 감독당국이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을 20% 이하로 낮추는 게 정책목표였는데 이제 그 기준을 30% 선으로 수정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급변한 셈이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현금서비스 수수료'30% 시대'를 기정사실화하며 수수료 인상을 통한 경영난 타개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외환카드가 이달 들어 기준등급 회원에 대한 현금 서비스 수수료를 3.4% 포인트 올리는 등 대다수 카드사들이 수수료 인상에 재시동을 건 상태. 한 카드사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대환대출을 포함한 실질연체율이 30%선을 넘어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며 "영업을 해서 이익을 내려면 실질연체율 이상의 추가적인 수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관계자는 "초저금리 상황에서 연 6∼7%의 싼 금리에 조달한 자금을 30%대에 빌려주는 것은 대금업체나 다름없는 폭리"라며 "경영부실의 책임을 순전히 고객에게 전가하겠다는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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