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26일 김영일 전 사무총장의 기자회견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 전 총재는 이날 오전 SK비자금과 관련한 김 전 총장의 회견이 예고되자, 즉각 측근을 통해 옥인동 자택으로 회견문을 보내줄 것을 당에 요청했다.회견내용에 대한 이 전 총재의 반응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측근들은 김 전 총장이 "이 총재는 대선자금 모금과 운용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선을 그어준 데 안도하는 모습이다. "당과 이 전 총재, 그리고 김 전 총장 본인을 위해 진작 이렇게 했어야 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렇다고 해서 이 전 총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넘어갈 것 같지는 않다. 비록 비자금 수수사실을 몰랐다 해도 정치도의적 책임까지 피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게 대다수 측근의 생각이다. 대국민 성명이 나올 경우 "당의 동지들이 나의 당선을 위해 뛰다가 벌어진 일인 만큼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에게 사과한다"는 내용이 될 것이라는 전언이다.
이 전 총재는 지난 20일 귀국하면서 "문제가 있다면 책임지겠다"고 말한 바 있다. 선친의 1주기 추도식(30일) 직후로 잡았던 재출국 일정을 늦출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도 사태 추이를 지켜보면서 입장표명 시기를 정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시점인데, 당장은 아닐 것 같다는 관측이다. 이 전 총재를 만났던 의원이나 측근들은 "그 문제에 대한 언질은 전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측근은 "수사결과가 나온 뒤 사태를 깨끗이 마무리하는 차원의 입장표명이 있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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